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상국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복구 솔루션을 도출하는 ‘위성 자율운영 기술’의 우주 궤도 실증에 성공했다.
KAI는 지난 20일 우주 궤도상에서 위성 스스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조치하는 AI 기반 자율운영 시범(Pilot)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기술 실증은 이달 7일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해 우주 궤도에 안착한 큐브위성 ‘BEE-1012’를 통해 이뤄졌다. 위성 내부에는 KAI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 모듈이 탑재됐다.
본 프로젝트는 지난 3월 KAI와 우주 바이오·위성 스타트업 스페이스린텍 간 체결된 업무협약의 후속 성과로, 연세대학교와 국방 AI 전문기업 펀진 등이 원팀으로 참여해 힘을 모았다.
KAI가 이번에 검증을 마친 핵심 기술은 ‘AI 온보드 프로세싱(AI Onboard Processing)’이다. 위성이 지상국과의 통신을 일일이 기다리지 않고, 탑재된 AI가 궤도상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즉각 분석해 최적의 대응책을 스스로 실행하는 방식이다.
실제 실증은 ▲지상국에서의 가상 결함 신호 송신 ▲AI 모듈의 결함 원인 및 피해 범위 자체 분석 ▲대응 방안을 담은 엔지니어링 리포트 생성 및 지상국 전송 등 총 3단계 프로세스로 전개됐으며, 전 과정이 오차 없이 완수됐다.
기존 위성 체계는 시스템 결함이나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지상국으로 원격측정 데이터를 내려보내 지상 인력의 정밀 분석과 명령 하달을 기다려야만 했다.
반면 위성 자체에 AI 연산 모듈이 장착되면 궤도 내에서 실시간 즉각 대응이 가능해져 위성의 생존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대규모 텔레메트리 데이터 송수신에 드는 지상국 운용·통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완전 자율형 위성’ 생태계를 여는 핵심 열쇠로 꼽힌다.
이번 AI 모듈에는 KAI가 한국형 전투기(KF-21) 등 첨단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축적해 온 상태감시 및 예지정비(PHM) 알고리즘이 이식됐다. 수만 가지의 가상 고장 시나리오를 심층 학습시켜 우주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국내 기술 생태계의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펀진과 협업해 우주 맞춤형 AI 모델을 구축했으며,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모빌린트의 차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연산 칩셋으로 채택해 핵심 부품 국산화 및 우주·국방 반도체 자립화에 기여했다.
KAI는 이번 파일럿 임무 성공을 발판 삼아 오는 12월부터 실질적인 운영 신뢰성을 최종 검증하는 ‘메인 자율운영 실증 임무’에 본격 돌입한다. 이를 통해 검증된 AI 아키텍처를 향후 KAI가 수주·제작할 중·대형 위성 및 차세대 군집 큐브위성 체계의 표준 플랫폼 사양으로 정립할 계획이다.
서현석 KAI 우주사업본부장 상무는 “이번 실증을 통해 AI 위성 자율운영 기술이 실제 우주에서 완벽하게 작동함을 검증했으며, 향후 전 우주시스템을 AI기술 기반으로 통합할 계획”이라며 “KAI는 우주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KAI 위성 사업은 물론, 다양한 차세대 위성 체계에 적용함으로써 글로벌 뉴스페이스 시장을 선도하는 독보적인 위성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