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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애플의 선택…아이폰 폴더블의 완성도, 한국 기술력에 달렸다

윤영훈 기자

입력 2025.07.2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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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파인엠텍 등 핵심 부품부터 생산 장비까지 'K-공급망' 총출동

사진=Gemini


전 세계 IT 업계의 시선이 애플의 차세대 혁신 '아이폰 폴더블'에 쏠려 있다.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스마트폰의 폼팩터를 바꿀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수많은 한국 기업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벽주의로 이름난 애플이 자사 최초의 폴더블폰 핵심 공급망을 한국의 기술력으로 채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 UBS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행한 "Unfolding the implications of an iPhone Fold launch"라는 애널리스트 분석 노트를 통해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 폴더블의 공급망을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애플이 폴더블 시장 진입을 통해 스마트폰 업계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이 혁신의 핵심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소재, 정밀한 부품에 이르기까지 'K-서플라이체인'이 아이폰 폴더블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폴더블의 '얼굴'과 '심장', K-디스플레이·힌지가 맡는다
폴더블폰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은 단연 접히는 디스플레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앞서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하며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어온 삼성디스플레이와 독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궈밍치(郭明錤)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애플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사양이 최종 확정됐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700만~800만개의 폴더블 패널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무주름(crease-free)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폴드' 시리즈를 통해 폴더블 패널 양산 능력과 기술 안정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만큼,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만족시킬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또한 LG디스플레이를 유력한 2차 패널 공급사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가 '얼굴'이라면, 수십만번의 접힘을 견뎌야 하는 힌지(경첩)는 '기계적 심장'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내외장재 전문 기업 파인엠텍(FineM-tec) 등이 폴더블폰의 사용 경험과 내구성을 좌우할 핵심 부품인 힌지 모듈 공급사로 거론된다. 궈 애널리스트는 지난 15일(현지시간) X를 통해 "파인엠텍은 베트남 공장 확장을 통해 애플 주문을 대비하고 있다"며 "애플 무주름 금속판 전체 주문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번 결정은 삼성디스플레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공급업체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특히 내부 힌지 공급업체인 파인엠텍이 최대 수혜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더블 화면의 주름을 최소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한 폴딩감을 구현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정밀 가공 기술을 갖춘 한국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소재·부품 'K-어벤져스' 총출동
아이폰 폴더블의 완벽함은 눈에 보이는 부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고 터치감을 향상시키는 커버윈도우 소재인 초박막강화유리(UTG) 분야는 유티아이(UTI) ▲관련 UTG 특수보호필름 분야는 삼성전자 폴더블에 독점 납품 중인 세경하이테크가 핵심 공급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티아이는 북미 폴더블 스마트폰의 UTG 및 Film Lamination과 관련해 베트남에 전용 Fab을 구축했다"며 "1공장은 이미 5월에 준공돼 샘플 양산 중이고, 2공장은 현재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필요한 자금은 CB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며 "3분기에서 4분기 초 물량 규모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세경하이테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패널에 사용되는 특수보호필름을 독점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 패널 단독 공급사로 낙점됨에 따라 세경하이테크의 필름 역시 패널에 포함돼 애플에 최종 납품되는 구조가 완성됐다. 결국 ‘세경하이테크→삼성디스플레이→애플’로 이어지는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며 폴더블 아이폰 출시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의 기술력은 폴더블폰의 내구성과 사용자 경험을 한 차원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부품 생태계 역시 한국 기업들이 주도한다. 오랜 기간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해 온 LG이노텍, OLED 디스플레이의 색과 효율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삼성SDI와 덕산네오룩스, 디스플레이용 특수 필름을 개발하는 이녹스첨단소재까지 말 그대로 'K-부품 어벤져스'가 아이폰 폴더블을 위해 총출동하는 모양새다.

관련 밸류체인에 속한 A사 관계자는 "애플이 폴더블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국내 부품업체들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했다"며 "자세한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K-소부장의 저력, 생산 기반까지 책임진다
혁신 부품들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기 위한 장비 역시 한국 기업들이 책임진다. 에스에프에이(SFA)·원익IPS·AP시스템 등은 OLED 증착, 식각 등 핵심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개발·공급하며 폴더블 디스플레이 생산의 기반을 닦아왔다. 애플이 구상하는 수천만대 규모의 폴더블폰 생산은 이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기술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애플은 파트너 선정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양산 능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위해서는 협력업체 선정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의 애플 전문기자 마크 거먼(Mark Gurman)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뉴스레터인 'Power On'에서 "애플이 2026년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부품 선정은 유례없이 높은 기준을 적용 중"이라고 전했다.

애플이 자사의 미래가 걸린 폴더블폰 프로젝트의 핵심 공급망을 대거 한국 기업으로 구성했다는 것은 한국 전자부품 산업의 위상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폰 폴더블의 공식 출시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그 성공 신화는 이미 한국 곳곳의 연구개발(R&D) 센터와 첨단 공장에서 쓰이고 있다.

윤영훈 기자 jihyunengen@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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