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지표 가격이 ㎿h(메가와트시)당 97유로(약 14만원)를 기록하며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DPA 통신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타이틀트랜스퍼퍼실리티(TTF) 1개월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97.64유로까지 올랐다. 전 거래일보다 4%가량 뛴 수치이자 2022년 말 이후 최고점이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가는 이달에만 약 30% 올랐고, 연초 대비로는 3배가량 폭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300유로(약 44만원)를 돌파했던 에너지 위기 당시 고점에는 못 미치지만, 이란 전쟁 직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높은 가격대다.
중동 지역 분쟁이 글로벌 가스 공급망을 흔들며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유럽 전역의 쌀쌀해진 날씨로 난방 수요까지 겹쳐 시장 안정화는 요원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타격을 재개할 것이라는 언론 관측마저 제기됐다.
유럽연합(EU)의 가스 재고율은 약 75%에 그쳐, 동절기를 앞둔 시점 기준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10월부터 유럽 내 액화천연가스(LNG) 반입이 활발해지지만 올해는 평년을 밑돌고 있으며, 노르웨이발 생산 차질 문제도 수급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우드매켄지의 톰 마젝맨서 유럽에너지팀장은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중동 정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100유로 선마저 뚫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자 단가는 선물 시장 흐름보다 완만하게 오르고 있다. 에너지 공급 계약이 대개 일정 기간 고정 단가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 요금 비교 플랫폼 베리복스에 따르면 올해 신규 가입자의 가스 요금은 이미 55% 급등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재의 선물가 폭등이 내년도 소매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한층 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미 유럽 곳곳에서 번지는 가운데, 에너지 비용 급증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프랑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월 프랑스 에너지 물가는 1년 전보다 21.3% 오르며 전체 인플레이션(3.1%)을 주도했다.
영국의 가정용 에너지 요금 상한선도 이달 들어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향됐으며, 컨설팅 기업 콘월인사이트는 내년 1월 16%의 추가 인상을 점쳤다.
콘월인사이트의 크레이그 로리 수석컨설턴트는 "가스 재고가 충분치 않은 현 국면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언제쯤 잦아들지 가늠조차 힘들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