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내부 인공지능(AI) 시스템의 주요 처리 과정을 중국산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태가 확인됐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명단에 오른 기관이 개발한 모델까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국부펀드의 허술한 보안 인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1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KIC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내부 AI 시스템에 적용된 4가지 모델 가운데 텍스트를 분석해 답변을 도출하는 언어모델로 중국 알리바바의 'Qwen3'가 채택됐다.
사내 데이터를 탐색하는 임베딩 모델 또한 중국 베이징인공지능연구원(BAAI)이 개발한 'BGE-M3'였다. 미국 메타의 'Llama3'와 구글의 'Gemma3'는 각각 유해물 필터링과 이미지 분석 용도로 쓰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서 요약 및 번역, 그룹웨어 내규 확인, 주간 보고서 작성, 국회 업무관리시스템의 국회의원 질의 대응 등 핵심 업무는 모두 중국산 AI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특히 BAAI는 중국 군부의 현대화 작업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2024년 3월 25일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명단에 등재됐다.
이런 상황임에도 KIC는 같은 해 12월 15일 이 기관의 모델을 내부망에 연동했다. 올해 5월 7일부터 전체 임직원 350명에게 해당 서비스를 개방한 KIC는 모델 채택 배경에 대해 그래픽처리장치(GPU) 4개라는 열악한 인프라 조건에서 정확성, 업무 적합성, 가성비, 다국어 처리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 Qwen3 등이 가장 적합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강민국 의원 측은 심사 지표 어디에도 개발 업체의 국적이나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 여부 같은 핵심 보안 요소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활용도는 급감하는데 대규모 예산을 들여 장비를 늘린 점도 논란이다. KIC는 서비스 개시일인 올해 5월 7일 9억5040만원을 들여 관련 인프라 확충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8월 추진한 플랫폼 고도화 사업을 통해 다음 달까지 GPU를 기존 4개에서 12개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 직원들의 사용 횟수는 도입 초기인 올해 5월 3755건에서 9월 798건으로 넉 달 새 78.7% 급감했다.
접속자 수도 339명에서 147명으로 56.6% 줄었다. KIC 측은 사내 AI가 9가지 특정 업무에만 쓰이기 때문이라고 항변했지만, 지난달 임직원들의 외부 챗GPT 접속 횟수가 3만6881건으로 사내 AI 대비 약 46배에 달한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강 의원은 "가성비와 성능에만 매몰돼 개발 업체의 국적이나 제재 이력 같은 필수 보안 항목을 누락한 데다, 사내 AI 이용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장비 규모만 3배로 키웠다"며 "이는 KIC의 심각한 보안 불감증과 방만한 예산 관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막대한 국가 핵심 자산을 다루는 공공기관이라면 AI 도입 시 안보와 직결된 기준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며 "KIC는 확충된 인프라가 실제 수요에 맞게 쓰이는지 재점검하고,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 역시 산하 공공기관 전반의 AI 모델 도입 실태를 파악해 촘촘한 국적·보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