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하려 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도입한 AI 반도체 규제는 과도하게 복잡하고 관료적이며, 미국의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를 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규정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달 15일 발효 예정이던 해당 규제를 시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신 반도체 수출통제를 전면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새 규칙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말레이시아, 태국 등 미국 반도체가 중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경로에 대한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정부는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기존 수출통제 조치는 엄격히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AI 반도체 통제를 무역협상의 일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 'AI 확산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국가별로 등급을 나눈 후 AI 반도체 수출을 차등 통제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동맹국에는 수출 제한이 없고, 일반국에는 일정량 제한, 중국·러시아·북한 등 우려국에는 수출을 금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는 이 같은 등급 분류 시스템을 폐기하고, 개별국과의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수출 규정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이는 최근 상호관세 제도를 통해 주요 국가들과 개별 통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기조와도 맞물린다.
이와 관련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지난 3월 "향후 각국과 체결할 무역협정에 우회 수출 차단 조항을 포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수출통제 정책 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두고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해당 국가들은 2023년 이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돼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에서 중동 국가에 대한 수출 제한 완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곧 발표하겠다”고 답변해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