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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인사이트] ② AI 데이터센터 감가상각 논란 : 투자 현황과 현금창출력

고종민 기자

입력 2025.11.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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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별 분석: AI 데이터센터 투자 현황과 현금창출력


[편집자주] 이번 인사이트는 국내외 주요 증시의 핫키워드로 부상할 만한 AI 감가상각 논란과 관련한 좀더 세밀한 분석을 정리했습니다. 마이클 버리가 흐름의 주역이며 매도 신호라기 보단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일부 시장 관계자들의 판단입니다. 총 3편이며, 늦어도 11월 25일 공개될 AI버블론자 마이클 버리의 AI 데이터센터 감가상각이슈의 디테일을 사전에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주요 기업별 분석: AI 데이터센터 투자 현황과 현금창출력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이 어떻게 AI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고 있고, 재무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자체 현금창출력으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와 감가상각 정책 변화의 영향을 기업별로 따져봐야 한다.

회계 상 이슈가 주가 및 실적 충격으로 온다고 가정하더라도, 다시 살아날 기업은 자기 자금으로 투자를 하고 AI데이터센터로 안정적인 이익을 끌어내는 기업일 수 밖에 없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알파벳(구글)은 AI 투자 규모와 이익 여력 모두 가장 탄탄하다. 2025년 현재 구글의 AI 인프라 투자는 최고 수준이며, 2023년 한 해 설비투자(대부분 데이터센터 및 서버)에 322.5억 달러를 지출했다.

검색·광고 사업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운영현금흐름 덕분에 이러한 투자를 무리 없이 자기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알파벳의 자본지출은 운영현금흐름의 49% 수준으로, 동종 기업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자유현금흐름(FCF)이 충분히 남는다는 뜻입니다. 감가상각 정책 면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서버 내용연수를 2020년 3년 → 2023년 6년으로 늘려 상당한 회계상 이익 개선 효과(2023년 순이익 +$30억)를 보았다. 

즉, 감가상각을 보수적으로 했다면 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알파벳은 워낙 현금창출력이 커 설령 내용연수를 다시 줄여 비용이 늘어나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편이다. 투자자들도 이 점을 높게 평가해, 현금흐름 대비 투자여력이 큰 구글에 상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투자 가속하고 있지만 현금흐름 대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애저(Azure)를 비롯한 AI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 중이며, 2025년 이후 연간 CapEx 지출 계획을 늘렸다. 2025년 3분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본지출은 운영현금흐름의 약 77.5%에 달해, 투자로 인한 현금 소모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현금흐름 대비 투자부담이 구글보다 크다는 의미로, 투자자들이 우려해 2025년 최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대규모 투자가 이익으로 강하게 반영되지 못함이 크다는 판단이다. 

서버 감가상각 기간은 약 6년으로 연장돼 있으며 이로 인한 단기 이익 개선 효과를 보고 있지만 동시에 AI 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가 커서 순이익률 방어에 애를 먹고 있다. 

다행히 기존 윈도우, 오피스 등 고수익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뛰어나 절대적인 현금 유입은 충분하나, 투자 속도가 워낙 빨라 내부현금으로 충당하고도 FCF 마진이 많이 희석되는 상황이다.

메타(페이스북)는 AI와 메타버스 투자로 FCF 감소, 효율화 진행 중. 메타는 메타버스와 AI 추천 알고리즘 등에 대대적인 데이터센터 투자를 집행해왔다. 

2023년 메타의 CapEx는 300억 달러를 넘겼고, 2024년에도 AI 중심으로 지출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2025년 3분기 메타의 투자액은 운영현금흐름의 약 64.6%에 달해, 잉여현금 흐름 비율이 많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메타 주가는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한때 실적 발표 후 11% 급락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메타 또한 감가상각 측면에서는 2022년 중반부터 서버 내용연수를 4년→4.5년→5년으로 늘려 약 15억 달러 규모의 연간 감가상각비 절감 효과를 얻었다. 또한 2023~2024년에 걸쳐 대규모 구조조정과 비용절감(“효율성의 해”)을 단행해 투자 부담을 견디려 노력 중이다. 메타는 자체 현금창출력도 크지만 투자 집행이 워낙 커 FCF가 줄었고, 감가상각 연장으로 회계상 이익은 높여놨으나 만약 투자 대비 성과가 미흡하면 이익률 압박이 커질 수 있는 상태이다.

아마존(AWS)은 AI 투자로 FCF 일시적 감소 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AWS 성과로 방어가 가능했다. 아마존은 AWS 데이터센터와 물류 인프라 등에 거대한 투자를 해왔고, 2021~2022년에는 잉여현금흐름이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CapEx 지출이 컸다. 

최근에는 AWS의 수익 증가로 FCF가 개선되고 있지만, 2025년 3분기 기준 투자액이 운영현금흐름의 약 90%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현금 대부분을 재투자하고 있다.

AWS는 서버 내용연수를 경쟁사들과 비슷하게 연장해 현재 5~6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 분기에 약 9억 달러의 감가상각비를 절감한 바 있다.

다행히 AWS 사업 자체가 2025년 들어 매출 +20% 성장 등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어, 투자 대비 성과가 확인되자 시장은 아마존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즉, AWS의 영업현금 창출력이 투자금을 상쇄하고 있는 한, 감가상각 기간 조정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다만 아마존 전체로 보면 다른 사업부의 마진이 얇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늘 경우 감가상각 정책 변화에 따른 순이익 기복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오라클(Oracle)은 공격적 AI 투자로 현금흐름 악화, 부채 의존도 높아 위험 증가가 관측되고 있다. 오라클은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 사업자이지만 최근 클라우드(AI) 인프라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문제는 규모 대비 투자부담이 커서 현금창출력이 투자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2023년 오라클은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 결과 영업활동 현금보다 지출이 많아 현금흐름이 음의 영역으로 떨어졌다.

이를 메우기 위해 오라클은 채권 발행 등 부채 조달에 나섰고, 현재 총 부채 규모가 104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에는 추가로 380억 달러의 부채를 더 발행해 AI 투자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져, 채권시장에서 오라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실제로 오라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자, Moody’s는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일각에서는 정크 등급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감가상각 정책에 있어서 오라클 역시 다른 빅테크와 유사하게 내용연수를 늘려 이익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는데, 버리는 오라클이 그 중 가장 공격적으로 회계를 적용하고 있어 실제보다 20% 이상 이익이 부풀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Tesla)는 AI 슈퍼컴퓨터 투자 진행 중이지만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고 자체 자금 충당하고 있다. 자체 AI 슈퍼컴퓨터(Dojo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는 2024년 말까지 해당 프로젝트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투자 확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테슬라는 이 투자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노리고 있는데, 현재 자동차 판매 등 본업에서 상당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어 투자 재원은 주로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2023년 테슬라의 잉여현금흐름은 플러스였고 현금 보유액도 많아, 데이터센터 투자로 외부 차입에 크게 의존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다만 테슬라의 AI 투자 규모는 앞서 언급한 빅테크에 비하면 작고, 성격도 내부 R&D 투자에 가깝다. 감가상각의 경우 테슬라는 컴퓨팅 장비도 통상 5년 내외의 내용연수를 적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아직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최근 테슬라가 Dojo 투자에 대한 전략 변경 움직임을 보이고(프로젝트 축소설 등) 있는 것은 투자 대비 효용을 면밀히 따지는 기조로 해석된다. 즉, 테슬라는 AI 인프라 투자에 상대적으로 신중하며, 투자로 인한 회계상 이익 왜곡도 현재로선 크지 않은 상황이다.

◆회계 이슈에 대한 상반된 시각: 과대계상 꼼수 vs 합리적 조정
마이클 버리와 같은 공매도 투자자들은 빅테크의 감가상각 연장 관행을 두고 “현대적 분식회계의 한 형태”라고까지 비난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옹호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왜 기업들은 일제히 내용연수를 늘렸을까? 기업 측의 공식 설명을 보면 ① 기술 발전 속도의 둔화 ② 장비 내구성 향상 ③ 운영 효율 개선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예컨대, 구글과 메타는 “서버를 더 오래 운용해도 성능상 문제가 없고, 반도체 발전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서버를 고온에서 돌리는 등 유지보수 기술을 개선해 이전보다 수명을 늘리는 추세다. 또 사용 기간을 늘리면 환경적으로도 전자폐기물 감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빅테크 기업들은 고가의 최신 AI 칩을 2~3년간 쓰고 폐기처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신 세대의 가장 강력한 칩은 신규 AI 모델 학습(train)에 투입되고, 일정 기간 후 한 세대 뒤쳐진 칩은 덜 까다로운 작업(inference 등)에 전환 배치하는 ‘계단식 활용(cascading)’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구글, MS 등이  Nvidia A100 GPU(2020년 출시)를 구입해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쓰다가 더 최신 H100(2022년)이 나오면 A100은 중간급 작업으로 넘기고 H100이 핵심훈련을 맡는다. 나아가 2024년 출시된 차세대 Blackwell 칩이 도입되면 H100이 또 하위 작업으로 내려가는 식이다. 

이전 세대의 칩도 클라우드상에서 각종 서비스(예: 영상처리, 일괄(batch) 추론 등)에 활용되므로 경제적 효용이 수년간 지속된다는 논리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의 GPU 서버는 출시 후 7~9년간 운영된 사례가 있다. 2014~2016년 도입된 구형 Nvidia K80/P100 GPU를 2023년까지 서비스에 활용한 뒤에야 퇴역시켰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이전 세대 하드웨어에서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감가상각을 5~6년으로 하는 것이 실제 사용기간과 부합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또한, 감가상각은 어디까지나 회계상 비용일 뿐 현금유출이 아니다. 기업의 현금지출은 설비를 구입하는 시점에 이미 이루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즉, 투자한 현금은 이미 나갔고, 이후 감가상각을 빨리 하든 늦게 하든 기업의 현금흐름에는 즉각 영향이 없다. 물론 회계적으로 이익이 부풀려지면 경영진의 성과가 과대평가되거나 투자가들의 판단에 착오를 줄 수 있다. 현금흐름이 기업 존속성 측면에서는 더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알파벳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충분한 현금창출력이 있는 기업들은 설사 나중에 감가상각을 가속(내용연수 단축)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필요한 교체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오라클처럼 내부현금이 부족해 빚까지 내서 투자하는 경우다. 이때 감가상각을 과소계상하면 재무제표가 실제 현금창출력을 심각하게 고평가하게 돼 투자자에 대한 미스리딩이 크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버리 등의 비판론자들은 “내용연수 연장은 실체를 가린 분식”이라고 보고 AI 투자 대비 이익이 부풀려진 위험을 강조한다.

반면 기업 측과 일부 분석가들은 “하드웨어의 경제적 사용가능 기간이 길어졌으니 회계도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감가상각을 급격히 늘리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만약 최신 GPU가 1~2년 만에 쓸모없어질 정도라면 AI 투자에 대한 ROI(투자수익)는 처참하게 낮을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빅테크의 다양한 워크로드에서 구세대 장비도 가치 있게 쓰이고 있다. 현재의 감가상각 기간(5~6년)이 크게 무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향후 몇 년간 AI 열풍의 실체가 실적(현금흐름)으로 입증된다면, 감가상각 기간이 3년이든 6년이든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만약 AI 투자 대비 수익 창출이 저조하다면, 그때는 버리의 경고대로 회계 조정의 역풍과 투자 회수 지연이 겹쳐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투명한 회계 처리와 신중한 투자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AI 시대에 걸맞은 자산 내용연수 기준과 기업 실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정립되길 기대한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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