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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하지 말아야할 리스크온] ② 미 금융 리스크 ‘다음 단계’의 시나리오..한국은?

제이든 기자

입력 2025.11.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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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나리오: AI 밸류에이션 조정, “거품이 숨을 고를 때”
-두 번째 시나리오: 지역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의 ‘조용한 위기’
-세 번째 시나리오: 프라이빗 크레딧, 숨은 레버리지의 폭발
-네 번째 시나리오: 정책 실수 — 트럼프 관세와 재정 적자의 역풍


[편집자주] 미국 경제와 증시 리스크가 국내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하에 구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총 2편으로 구성됐으며, 연말과 내년초 꼭 챙겨야할 이슈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크를 제대로 알고 시장을 대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각자의 수익 방어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구독자를 위한 뉴스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파이낸스스코프의 노력입니다.



미국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는 경고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다. 이제 시장은 ‘어떻게 흔들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AI 버블 ▲지역은행 부실 ▲프라이빗 크레딧 (Private Credit) 노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수 등 네 가지 불안 요소가 동시에 움직이면, 세계 자산 시장은 한순간에 새 판을 그릴 수 있다.
◆ 첫 시나리오: AI 밸류에이션 조정, “거품이 숨을 고를 때”
첫 번째 리스크는 가장 표면적이다. AI 테마로 부풀려진 밸류에이션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국면이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소수 종목에 쏠린 프리미엄은 S&P 500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고 있다. 문제는 AI 수요의 속도가 실적 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AI 칩 수요가 둔화하거나 기업 설비 투자가 멈추면, 지수는 실적보다 밸류가 먼저 무너진다. 

과거 가정하면, 나스닥은 이때 20% 가량의 가격 조정(가정)을 받을 수 있고, 10년물 금리는 하락하지만 달러는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리스크 회피 심리가 미 국채로 몰리며, 전형적인 ‘Risk-Off’ 패턴이 나타난다.

충격은 과거 사례로 보면 3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경미했던 첫 번째 단계로 S&P 500은 2015-2016년 에너지 및 산업재 실적 둔화 시기에 약 15% 조정을 경험했다. 특히 에너지 섹터는 40% 이상 급락해 핵심 산업과 전체 시장 간의 조정 폭 차이를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에서는 지수 기준 5-15%, 해당 핵심 섹터는 15-30% 조정이 나타났다.

중간 단계는 광범위한 실적 리비전 하향 (경기침체 미도달) 실적 전망이 광범위하게 하향 조정되지만 아직 경기침체나 시스템 리스크는 없는 상황이다. 2018년 4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중 무역갈등과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가 겹치면서 기술주 중심으로 실적 전망이 악화됐다. 이때 S&P 500은 약 20%, 나스닥은 약 23% 하락했다. FAANG 등 주요 기술주들은 30-45% 조정을 받았다. 이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지수 기준 10-25%, 핵심 섹터 25-50% 조정이 발생했다.

가장 최악의 단계인 3단계는 시스템 붕괴다. 실적 급락과 시스템 리스크 동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금융시스템이나 경제 전반에 충격이 전파되는 상황이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2000-2002년 닷컴 버블 붕괴를 꼽을 수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수익성 부재가 드러나면서 나스닥은 78%, S&P 500은 49% 폭락했다. 또다른 사례로 2008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권 실적이 붕괴되면서 S&P 500이 57% 하락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도 전 산업의 실적 급락 우려로 S&P 500이 34% 급락했다.

▲경미한 조정 (완만한 둔화)=5%∼15% ▲중간 조정 (광범위 하향)=10%∼25% ▲중간 조정 (광범위 하향)=10%∼25% 심각한 조정 (시스템 리스크)=30%∼60% 심각한 조정 (시스템 리스크)=30%∼60%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완만한 시나리오: AI 관련 성장률 둔화 시 S&P 500 7-15%, 나스닥 10-20% 조정 ▲중간 시나리오: 광범위한 기술주 실적 하향 시 S&P 500 15-25%, 나스닥 20-35% 조정 ▲심각한 시나리오: 경기침체나 금융 스트레스 동반 시 S&P 500 30% 이상 조정 정도가 예상할 수 있는 예상치다. 

현재로선 앞으로 경미한 조정이나 중간 조정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시장을 즐겨(매매)야 하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는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반도체 단기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AI 버블로 인한 충격은 허상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조정을 즐겨야 한다는 관점이 개인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단기 수익률은 주춤하겠지만, AI 산업 자체가 성장성을 가진 만큼 조정 국면에 잘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또한 전력기기·방산 섹터는 AI 인프라와 전력 투자 수요로 방어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기기는 AI를 제외하더라도 글로벌 노후 전력 수요로 인해 지속 성장이 점쳐진다. 방산은 이미 자국 중심주의, 우방 중심주의 상황으로 인해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이밖에 소외받을 업종과 섹터는 선별적으로 충격에서 회복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 시나리오: 지역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의 ‘조용한 위기’
두 번째 파장은 은행 시스템 안쪽에서 나온다.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악화와 지역은행 부실이 겹치면, 시스템 전반에 신용경색이 퍼질 수 있다.

미국 내 오피스 공실률은 20%에 육박하고, 은행들이 보유한 CRE 대출의 만기가 몰려 있다. 연장을 통해 시간을 벌고 있지만, 실질적 손실 인식이 시작되면 이익은 급감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지표는 KRE (지역은행 ETF)를 꼽을 수 있다.

KRE가 급락하면 단기자금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기업 회사채 발행이 위축된다.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는 ‘보이지 않던 공포’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연준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Discount Window(긴급대출창구)를 확대하거나, QT 중단 이후 재투자를 늘리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조차 “안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시장 심리를 더 흔들 수 있다. 한국 금융 시장은 이 경우 원화 약세 와 신용 스프레드 확대 압력에 직면한다. 기업 대출금리가 오르고, 회사채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따른다. 결국 “실물보다 자금이 문제인 위기” 가 될 수 있다.
 
◆ 세 번째 시나리오: 프라이빗 크레딧, 숨은 레버리지의 폭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비은행 금융 부문이다. 은행들이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나 사모 펀드에 제공한 신용라인이 동시에 인출될 경우, 단기자금 시장은 즉시 잠긴다.

보스턴 연준이 “동시 인출 리스크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1.1조 달러 규모의 시장에 내재된 레버리지는 평시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디폴트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줄이고, 대기업조차 단기 차입을 연기한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크레딧 스프레드는 200bp 이상 벌어지고, Russell 2000 지수가 S&P보다 더 급락 하는 전형적인 신용위기 패턴이 전개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바로 기업 자금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이일드 회사채 금리 급등, 중소형 수출 기업의 차입 한도 축소, 그리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다. 실물 경기보다 금융 리스크가 먼저 터지는 ‘자금 경색형 불황’의 그림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충격 구간에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섹터를 반도체, 전력기기, 방산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편승한다. 시장 충격이 오더라도 위기에서 흑자를 유지하거나 체력을 버틸 수 있는 기업은 주가가 회귀하기 쉽다. 반면 신용리스크 충격을 강하게 받는 업종과 종목은 피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네 번째 시나리오: 정책 실수 — 트럼프 관세와 재정 적자의 역풍
정책 실수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가장 빠르게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10~20% 수준의 관세를 재도입할 경우, 물가는 즉시 상승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늦어진다. 

여기에 감세와 인프라 투자 확대가 겹치면 국채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치로 늘어난다. 장기금리는 4.5~5% 구간까지 재상승할 수 있고, 달러 강세가 가속된다.

미국 주식시장은 PER 압축으로 20% 내외의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신흥국 통화 전반은 약세로 기울게 된다.

한국의 자동차·배터리 수출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원/달러 환율은 1,350원 선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별 충격 패턴 — “누가 먼저 무너질까” 
네 시나리오가 동시에 진행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나가 터지면 나머지가 자극받는 ‘연쇄 경로’가 존재한다.
 
미국 주식은 AI 밸류 조정 → 나스닥 조정 → S&P 연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은 단기적 금리 하락 후, 재정 발행 증가로 장기금리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달러 강세 우세를 점친다. 

상품은 경기둔화로 인해 유가·구리 약세, 지정학 불안으로 이어져 단기 급등 패턴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은 원화 약세 · 반도체 단기 조정 · 전력기기 방산 방어 구조를 점친다. 

결국 시장 충격은 ‘위험 회피 (달러·국채 매수)’ 로 시작해 ‘밸류 리레이팅(고평가 주식 조정)’으로 끝나는 단계적 패턴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나리오 종합은 한국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한국 시장으로의 전이 경로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달러 금리 변화에 민감한 경제 구조다. 미국 리스크가 ‘금융형’ 일 때 영향이 더 크다.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 코스피는 강하게 조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성장산업인 반도체·전력기기·방산 섹터는 글로벌 설비 투자와 AI 전환 수요에 힘입어 상대적 방어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전력망, HVDC, ESS (에너지 저장장치), 방산 부품 등은 “실물 투자 + 안보 수요”라는 두 가지 모멘텀을 겸비해, 글로벌 리스크 국면에서도 수급이 흔들리지 않는 축으로 분류된다.

다만 ▲달러화 강세 ▲안전자산 선호 심리 선호 ▲계속 우려되는 글로절 경제 위축 가능성 ▲미국 내 금융권 신용경색 등이 잘못 맞물리는 경우를 우려한다. 국내 투자한 외국인 자본이 한국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실제 최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형주에 투자한 글로벌 장기 투자 펀드가 한국 시장을 이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개인이나 기관이 얼마나 계속 받아낼 수 있을진 모르지만 시장 패닉 상태가 길어지면 전체적인 시장 조정은 불가피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점에선 지나친 신용 매매를 줄이고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투자라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신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현금 비중을 늘리라고도 강하게 조언한다. 

◆결론: 균열 이후의 세계, “느린 듯 하지만 계속 번지는 파도”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균열은 단번에 폭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진행되는 ‘피로의 확산’ 형태에 가깝다.

AI 밸류 조정, CRE 부실, 프라이빗 크레딧 노출, 정책 실수 등 이 4가지 리스크 중 하나만 터져도 충격은 순차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본다.

연준의 유동성 정책은 이 파도를 늦출 뿐 막을 수는 없다. 지금의 시장에는 “위기 아닌 위기”라는 불안정한 균형이 존재한다. 자산가격은 아직 견고해 보이지만, 그 아래에서는 이미 지하수가 새고 있다.

앞으로 주목할 지표는 어느 정도 명확하다.

실적관련 지표는 ▲S&P 500 3개월 EPS 리비전 브레드스(상향-하향 비율)가 0 이하로 지속 하락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EPS 전망치 동시 하향 조정 ▲반도체 및 클라우드 기업들의 가이던스 톤 변화(성장률 하향 + 마진 압박 언급) 등을 들 수 있다.

거시경제 지표는 ▲ISM 제조업/서비스업 신주문 지수 50 미만(특히 48 미만) 지속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HY OAS) 급격한 확대 ▲금융여건지수(FCI) 급속한 타이트닝 등을 꼽는다.

제이든 기자 kangchani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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