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불러온 급격한 산업 재편이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 창출 능력을 위협하면서, 이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빌려온 뉴욕 금융가의 사모대출 업계에 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체투자 운용사인 클리프워터가 고객들에게 발송한 서한을 바탕으로, 이 회사의 간판 사모대출 펀드에서 올 1분기에만 전체 지분의 14% 규모에 달하는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펀드의 통상적인 분기당 환매 허용 비율은 5% 선이며, 운용사 재량을 더해도 최고 7%를 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어 규정 한도를 훌쩍 초과하는 수요가 몰린 셈이다.
이 같은 환매 러시는 비은행권 여신을 주력으로 삼아온 대형 투자사들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 대출 비중이 높았던 미국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은 최근 산하 펀드 1곳에 대해 환매를 무기한 중단하는 강수를 두며 시장 불안 심리를 키웠다.
대형 운용사 블랙스톤의 경우 간판 상품인 BCRED에 몰린 7.9% 규모의 환매 신청을 전액 수용하며 급한 불을 껐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 역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고려해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한 사모대출 펀드들의 담보물 평가액을 선제적으로 낮췄다.
시장 일각에서는 엇갈린 시각도 나온다. 사모대출 운용사들과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관련 펀드들이 보유한 자산의 펀더멘털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어 현재의 위기론이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해당 자산들의 현금화가 어렵고 가치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특히 과거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열풍 당시 실행된 대출이 많아, 실제 잠재 부실 위험이 현재 회계 장부에 축소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모대출이란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산운용사나 투자사 같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제도권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 기준이 크게 높아지자, 그 틈새를 파고든 대체 금융사들이 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대신하며 관련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워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