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간 이란 측에 통항 보장을 촉구해왔던 호르무즈 해협을 도리어 직접 가로막는 이른바 '역봉쇄' 초강수를 뒀다. 이는 이란으로 흘러가는 자금줄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대이란 제재의 파급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12일(현지시간) 미 매체 CNN 방송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의 무력 충돌이 발발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뱃길을 통제하는 대신 척당 최대 200만달러(약 29억원)의 수수료를 지불한 특정 유조선에 한해서만 운항을 허용했다.
교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매일 185만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해외에 수출했다. 이는 직전 3개월과 비교해 일평균 10만 배럴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간 미국은 이란의 핵 합의 위반을 문제 삼아 이란산 원유의 판로를 제재해 왔다. 다만 무력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가 치솟을 것을 우려해 관련 제재 수위를 한시적으로 낮췄다. 지난달에는 해상 유조선에 묶여 있던 이란산 원유 거래를 한 달간 특별 승인하는 조치도 내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당시 시장에 풀려난 이란산 원유 물량이 약 1억4000만 배럴에 이르며, 이는 전 세계가 약 1.5일간 소비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라고 추산했다.
이란은 이러한 상황을 십분 활용해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에 웃돈까지 얹어 자국산 원유를 처분하며 거액의 자금을 확보했다. 더불어 중국에 쏠려 있던 수출 판로가 서방 국가들로 다변화되면서 군자금 확보에 더욱 숨통이 트이게 됐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거래를 묵인한 배경에는 유가 폭등이 불러올 안팎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궁여지책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수억 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에 걸려 있던 제재를 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답보 상태에 빠진 종전 협상의 판을 흔들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당장 유가가 들썩이는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이란이 무기로 삼아온 해협 통제권을 미국이 직접 장악해 원유 판매 대금과 선박 통항료 수입을 옥죄고 협상 테이블에서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리적인 전면 차단을 실행하기보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술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차단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돼 각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폭이 좁은 해당 해협의 지형적 특성상 미 해군 함대가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타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대한 군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해협을 가로막는 행위가 도대체 어떻게 이란의 해협 개방을 유도하는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두 사안 사이에는 어떠한 논리적 연결고리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