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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삼성전자 인도법인, '일방적 중재인 선임'에 발목…델리 고법서 승소판정 취소

고종민 기자

입력 2026.04.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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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인 '삼성 부사장의 단독 선임'…법원 "독립성 훼손으로 무효"
'자기 사건 재판' 규제 강화…글로벌 기업 "조항 설계 신중해야" 경종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현지 협력업체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고도 중재인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판정이 무효화됐다.

29일(현지시간) 현지 법률 전문 매체와 델리 고등법원에 따르, 법원은 최근 삼성전자 인도법인과 현지 업체 PTC 테크노(PTC Techno) 간의 중재 판정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2018년 당시 삼성 측에 유리하게 내려졌던 판정이 약 6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09년 양사 간에 체결된 금형 공급 및 제품 매매 계약이었다. 계약 종료 후 금형 반환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자 삼성 측은 중재를 신청했고,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VP)이 단독 중재인을 지명해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Vice President)이 단독 중재인(Sunil Ambwani 전 판사)을 선임했는데, PTC 측은 이것이 인도 중재협의법(Arbitration and Conciliation Act) 제12조 5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당사자 일방이 중재인을 직접 임명하는 것은 중재의 핵심인 공정성과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취지였다.

사건을 담당한 아브니시 징간 판사는 "분쟁 당사자의 임직원은 스스로 중재인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3자를 중재인으로 지명할 권한도 없다"고 명시했다. 특히 법원은 설령 지명된 중재인이 전직 판사 등 객관적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 할지라도, 선임 주체가 부적격하다면 그 과정에서 도출된 판정 역시 '원천 무효(void ab initio)'라고 판단했다.

이번 분쟁은 2009년 6월 1일자 금형 계약과 그 후 체결된 2009년 11월 26일 및 2013년 6월 20일자 매매 계약에서 비롯됐다. 해당 계약에 따라 삼성은 PTC에 제조용 금형을 공급했으나, 이후 계약이 해지되면서 금형 반환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다.

특히 금형 계약 제18조는 삼성전자 부사장이 단독 중재인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2017년 4월 25일에 단독 중재인이 임명됐고, 문제의 중재 판정은 2018년 11월 17일에 내려졌다. 다 PTC 측은 인도 중재법 제34조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며, 해당 임명이 제7부칙과 함께 읽은 제12조 5항을 위반해 전체 중재 절차가 무효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인도 대법원의 기존 판례인 'TRF 사건(2017)'과 'Perkins Eastman 사건(2019)'의 연장선에 있다. 인도 법원은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이 중재인 선임권을 독점하는 조항을 엄격히 규제해 오고 있다.

현지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내 계약 체결 시 중재 조항을 얼마나 세심하게 설계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경종"이라며 "단독 지명권보다는 법원을 통한 선임이나 양측 합의에 의한 명단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이번 판결로 인해 기존 판정의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른 중재 재진행 등 후속 대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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