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의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주문형 반도체(ASIC)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까다로운 대중국 AI 칩 수출 규제 장벽 속에서 성사된 이번 계약은 스마트폰 칩 시장을 넘어 AI 인프라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퀄컴의 전략적 돌파구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했으며, 퀄컴의 기업가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계약은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허점을 정밀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퀄컴의 칩이 미국 수출 허용선 이하의 성능을 유지할 경우, TSMC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를 통해 바이트댄스에 납품하더라도 현행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국 법이 규정한 '연산 한도(Computing Threshold) 승인 기준' 바로 턱밑까지 성능을 맞추는 동시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대신 특정 목적에 특화된 주문형 반도체를 대량 공급함으로써 합법적인 '테크 우회 통로'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이로써 퀄컴은 그동안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로 꼽혔던 '서버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용 AI 칩' 시장에서 확실한 메가급 고객사를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현재 엔비디아가 90% 이상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AI 칩 시장의 구도에도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AMD, 브로드컴, 구글 등이 무서운 기세로 점유율을 넓혀가는 가운데 퀄컴까지 가세하면서 엔비디아 대항마 전선이 더욱 두터워졌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도 대형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같은 ASIC 기반 AI 칩의 전방위적 확산은 결국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강력한 수요 유발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올해 글로벌 HBM 총 수요가 전년 대비 88% 폭증한 329억 기가비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HBM 글로벌 공급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수혜 규모도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해 중국 내 AI 챗봇 다운로드 1위 서비스인 '더우바오(豆包)'를 출시하며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인프라 관련 예산을 전년보다 25% 늘린 2000억위안(약 44조6000억원)으로 대거 책정하며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