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쿠팡과 메타 등 자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받고 있는 대우가 양국 간 무역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은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3일(현지시간) 대럴 아이사 의원(공화·캘리포니아주(州))과의 질의응답에서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의 일부 태도가, 솔직히 말해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타결하는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공개 석상에서 루비오 장관이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앞서 2월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쿠팡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아이사 의원은 질의에서 "한국 민주주의가 급격히 좌측으로 기울었고, 중국에 더 넓은 문을 열어주고 있다"며 메타·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사 의원은 그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해온 인물로, 공화당 의원들이 한국 정부에 쿠팡 관련 서한을 보내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루비오 장관은 한국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기보다는 민주주의의 속성으로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때로는 미국의 이익에 더 가까운 지도자가, 때로는 다른 시각을 지닌 지도자가 선출되기도 한다"며 "선거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지도자라면 그 나라 국민이 내린 주권적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묵인한다는 뜻은 아니며, 그런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 문제와 관련해 루비오 장관은 한국만이 아니라 유럽연합(EU)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역시 우리 기술 기업들을 겨냥해 불공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과의 관계에서 이 문제가 간과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한미 무역협상이 민감한 기로에 놓인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국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거쳐,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3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올해 2월 미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 조치를 무효로 판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노동 제품 수입과 과잉생산 등을 문제 삼아 주요 교역국에 대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합의 이행에 불확실성이 생긴 상황이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루비오 장관은 아미 베라 의원(민주·캘리포니아주)의 질의에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그곳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전쟁을 일으킬 의사가 없으며, 실무 차원에서 한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 구상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영 김 의원(공화·캘리포니아주)의 질의에 선박 일부를 한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2월 해양행동계획을 발표하면서, 외국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거나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과도기 동안 일부 선박을 해당국에서 건조하도록 허용하는 '브리지 전략'을 포함시킨 바 있다. 다만 한국에서 미국 선박을 건조하려면 대통령의 별도 적용 유예 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