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린이 백신을 원조하는 국제기구인 백신연맹(GAVI)에게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백신연맹의 모금 행사에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 케네디 주니어 장관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소홀히 했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영상에서 백신연맹이 보편적인 백신 접종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신 안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과학이 기존 패러다임과 모순되더라도 가능한 한 최선의 과학을 고려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때까지 미국은 더 많이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12억달러(한화 1조6340억원) 규모의 지원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전에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연맹을 통해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 기여하겠다고 한 약속을 철회하는 결정이다.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백신연맹이 백신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과학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 백신 연맹 "투명하고 독립적인 절차에 따라 권고"백신연맹은 성명을 통해 "모든 백신 관련 결정은 엄격하고 투명한 독립적인 절차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의 예방접종 전략자문그룹(SAGE)의 권고에 따라 내려졌다"며 과학을 무시했다는 그의 주장에 반박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글로벌 보건 업무를 이끌었던 의사 아툴 가완데 박사도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충격적이고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백신연맹은 2000년 '백신과 예방접종을 위한 글로벌 연맹(GAVI)'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78개 저소득 국가에서 11억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백신을 접종하며 질병 발병과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케네디 주니어 장관의 이번 발표가 그의 백신에 대한 깊은 불신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외 원조 금액을 줄이려는 의지와 일치하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