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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2차전지株, '탈중국·IRA·AI·ESS' 4중 효과…바닥 찍고 실적 턴어라운드

고종민 기자

입력 2025.10.17 11:02수정 2025.10.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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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부른 공급망 재편…K-배터리, IRA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의 돌파구 ‘ESS’…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에 ‘제2의 성장기’
LG엔솔·삼성SDI·SK온, 북미 중심 생산 확대 및 기술 차별화로 실적 반등 본격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와 미-중 갈등 심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위기를 맞았던 K-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의 핵심 광물 통제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역설적으로 K-배터리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탈(脫)중국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K-배터리가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자, K-배터리
최근 중국 상무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관련 소재 및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는 사실상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국인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겠다는 신호로,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 IRA와 맞물려 K-배터리에 예상치 못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세액공제를 제공하되,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외국 우려 기업(FEOC)', 즉 중국 기업에서 조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을 배제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시급히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모두 갖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IRA 시행 이후 한국 기업들은 북미 지역 내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를 가속하며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엄격한 IRA 규정을 충족시키며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 AI가 부른 ESS 특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잠시 주춤했던 배터리 업계에 AI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관리를 위한 ESS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특히 AI 혁명의 진원지인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글로벌 ESS 시장 규모가 2030년 1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로 ESS 사업을 낙점하고, 북미 시장 공략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각각 시스템 통합(SI) 역량 강화, 일체형 제품 개발, 안전 기술 고도화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유연한 생산 체계를 통해 급증하는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본격화되는 실적 턴어라운드
전략적 변화는 서서히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이 본격화되면서 K-배터리 3사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북미 ESS 시장에서의 수주 확대가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와 더불어 2차전지 업종의 실적 개선이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이르면 하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역시 북미 ESS 사업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탈중국 공급망에서 K-배터리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AI가 촉발한 거대한 에너지 수요는 K-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을 넘어 새로운 성장 신화를 쓸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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