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번 인사이트는 국내외 주요 증시의 핫키워드로 부상할 만한 AI 감가상각 논란과 관련한 좀더 세밀한 분석을 정리했습니다. 마이클 버리가 흐름의 주역이며 매도 신호라기 보단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일부 시장 관계자들의 판단입니다. 총 3편이며, 늦어도 11월 25일 공개될 AI버블론자 마이클 버리의 AI 데이터센터 감가상각이슈의 디테일을 사전에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영화 빅쇼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최근 AI 열풍에 대한 회의적 견해를 내놓으며,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회계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단순히 부정론자로서 입장으로 보이진 않는다. 기업의 이익이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빅테크인 만큼 이 같은 논란은 시장의 이목을 강하게 끌 수 밖에 없다. 전체 시리즈의 결론을 보면 ‘글로벌 빅테크의 감가상각 처리 기준이 과연 버리 말처럼 단순 문제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다.
주목할 점은 언급될 기업들의 현재 이익 추이와 회계상 영향 여부다.
◆ 숏쟁이 버리는 무엇에 주목했나버리는 초대형 기술기업(일명 하이퍼스케일러)들이 Nvidia GPU 및 서버 등에 막대한 자본지출(CapEx)을 쏟아붓고도 정작 이들의 내용연수(감가상각 기간)를 부당하게 늘려 잡았다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최신 AI 칩의 제품 주기(product cycle)가 2~3년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를 5~6년 이상에 걸쳐 감가상각하고 있어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함으로써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버리는 “자산의 내용연수를 연장해 감가상각을 축소하는 것은 현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이익 부풀리기 수법”이라며, 이를 통해 2026~2028년 사이 약 1760억 달러의 감가상각비가 누락되어 빅테크 전반의 이익이 그만큼 과대계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개별 기업 중 오라클과 메타를 지목해, 현재처럼 감가상각 기간을 늘려 잡을 경우 2028년까지 오라클은 약 26.9%, 메타는 약 20.8% 이익을 더 부풀리게 된다고 추산했다.
버리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공매도 투자자 짐 채노스 역시 “AI 칩은 사실상 2년 내외로 가치가 급감한다”며, 지금의 AI 인프라 투자가 제때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AI 버블” 붕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버리는 AI 데이터센터 회계처리가 과도하게 낙관적이라고 의심하며, 내용연수를 3년 수준으로 가정해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감가상각 현황 (최근 3년)버리의 문제 제기가 나온 배경은 근 몇 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를 폭증시키는 동시에 감가상각 기간을 연장해왔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실제로 2020년경까지는 주요 기업들이 서버를 대체로 3년 정도 수명으로 운영했지만, 2021~2023년에 걸쳐 이를 크게 늘렸다.
주요 외신과 기관에 따르면 알파벳(구글)은 2021년에 서버 내용연수를 3년→4년으로 늘렸고, 2023년에는 6년까지 연장했다.
네트워크 장비도 4년에서 5년, 이어 6년으로 늘렸다.
메타(페이스북)는 2021년 말에 3년→4년으로, 2022년에 4.5년으로, 2023년에는 5년으로 서버 예상 수명을 차례로 연장했다.
아마존(AWS)은 2022년까지 약 4년 정도였던 서버 수명을 2023년 초에는 5년으로, 이후 최근에는 6년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AWS는 부품 교체 및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통해 서버를 더 오래 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약 3~4년 수준이던 것을 최근 6년으로 연장했다고 2022년에 확인해줬다.
오라클의 경우 정확한 기간 공개는 없지만,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오라클도 AI 인프라에 대한 감가상각을 5~6년 수준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감가상각 기간 연장은 기업들의 단기 비용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효과를 냈다. 예를 들어, 구글은 내용연수 연장으로 2023년 한 해에 감가상각비가 약 39억 달러 감소했고, 그 결과 순이익이 30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3년 4분기만 따로 보면 감가상각비 9.83억 달러 절감으로 순이익이 7.65억 달러 늘어났는데, 해당 분기 구글의 순이익(207억 달러)의 약 3~4%에 달하는 적지 않은 규모다.
메타 역시 서버 수명 4년→5년 조정으로 연간 약 1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다고 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최근 내용연수 연장으로 분기당 수억~수십억 달러 규모의 감가상각비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
한 사례로 AWS는 서버 내용연수를 6년으로 늘리면서 한 분기 만에 약 9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이루었는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6억 달러에 달하는 상당한 금액이다.
빅테크들은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제히 감가상각 기간을 연장해왔고, 그 절감된 비용만으로도 분기별 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종합하면 2020년까지만 해도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모두 서버 내용연수가 3년 정도였으나, 2023년 현재는 5~6년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감가상각 기간 변화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 (영업이익, EPS 중심)감가상각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회계상의 판단이지만, 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EPS)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가상각비는 유형자산 투자비용을 일정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기간이 길면 1년당 비용이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높아지고 EPS도 올라간다. 반대로 기간을 짧게 잡으면 매년 더 큰 감가상각비가 반영되어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주당순이익(EPS)도 낮아진다.
현재 빅테크 기업들이 적용 중인 5~6년의 감가상각 기간을 만약 버리의 주장대로 3년으로 일괄 단축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감가상각비가 현재의 두 배 가깝게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이익 감소 요인이다.
구글의 예를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보다. 구글은 2023년에 서버 내용연수를 6년으로 늘려 순이익이 약 30억 달러 증가했다. 내용연수가 늘지 않았더라면 그만큼 이익이 적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2023년 구글의 순이익이 약 738억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약 4% 정도의 EPS 하락 요인이 있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메타의 경우도, 2023년 감가상각비 절감분 15억 달러는 해당 연도 영업이익과 EPS를 수십 억 달러 규모로 높이는 효과를 냈다.
이코노미스트지 분석에 따르면 만약 서버 내용연수를 극단적으로 1~2년 수준으로 줄인다면 빅테크 시가총액에서 2~4조 달러가량의 가치가 날아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물론 1~2년은 극단적 시나리오지만, 이는 감가상각 기간 변화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