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일간지 더 내셔널(The National)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양사는 50대 50 지분 구조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 일본,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우즈베키스탄 등 9개국에서 육상 태양광·풍력·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프로젝트를 개발·건설·운영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2030년까지 운영 자산 3기가와트(GW), 고급 개발 단계 자산 6GW 등 총 9GW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양사 출신 직원 200명이 새 법인에 합류한다. 마스다르의 대주주인 타카(Taqa)가 아부다비증권거래소(ADX)를 통해 공식 발표한 이번 딜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형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 향후 10년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축이번 합작 설립의 배경에는 아시아 에너지 시장의 폭발적 성장 잠재력이 자리하고 있다. 마스다르 회장이자 UAE 산업부 장관인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 박사는 "아시아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과 전력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태양광·풍력·BESS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타카·아드녹(ADNOC)·무바달라(Mubadala)가 공동 소유한 마스다르는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총 6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운영 중이며, 2030년까지 100GW 달성을 목표로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토탈에너지 역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두 글로벌 에너지 공룡의 결합은 단순한 자본 합산을 넘어, 중동의 자금력과 유럽의 기술·운영 노하우가 결합된 시너지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시장 직접 포함… 삼성물산·한화·현대건설 기회와 경쟁 압력 공존
이번 합작의 대상 국가에 한국이 명시적으로 포함됐다는 점은 국내 기업과 투자자에게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며, 현재 태양광·풍력 보급 속도가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스다르·토탈에너지 JV의 국내 진출은 이 공백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존재한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이미 국내외 태양광·풍력 개발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며, 글로벌 JV와의 협력 또는 경쟁 구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모듈 세계 3위 업체로, 마스다르·토탈에너지 JV가 아시아 9개국에 걸쳐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모듈 공급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약 13GW에 달하며, 이번 JV의 9GW 포트폴리오는 상당한 수요처가 될 수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EPC(설계·조달·시공) 강자들도 대규모 재생에너지 플랜트 건설 수주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반면, 국내 독립발전사업자(IPP) 시장에서는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외국계 JV와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 중소형 국내 개발사들에게는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사업의 경우, 정부의 정책과 중소 개발사들의 경쟁 구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 파급 효과… 배터리·인버터·전력망 밸류체인 전반 수혜 기대9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은 태양광 모듈, 풍력 터빈,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인버터, 전력 케이블 등 광범위한 공급망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특히 BESS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BESS 시장에서 각각 상위권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ESS 수요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중동·동남아 지역 ESS 프로젝트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JV와의 협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력망 인프라 측면에서는 LS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체들도 변압기·차단기 등 핵심 기자재 공급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이미 사업을 전개 중인 국내 건설·에너지 기업들은 마스다르·토탈에너지 JV의 현지 파트너십 수요를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기업 대응 시사점… 글로벌 자본과의 협력·경쟁 전략 재정립 시급
이번 딜은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전략적 재정립을 촉구하는 신호탄이다.
첫 번째는 글로벌 자본과의 협력 모델 구축이 시급하다. 마스다르·토탈에너지 JV처럼 대규모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플레이어들이 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기술·EPC·공급망 파트너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두 번째는 BESS·그린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이번 JV가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를 핵심 사업으로 포함한 만큼, 관련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세 번째는 투자자 관점에서는 한화솔루션,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LS일렉트릭 등 재생에너지 공급망 핵심 기업들에 대한 중장기 관심이 유효하다.
다만 국내 재생에너지 개발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는 중소형 IPP 관련 종목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선별적 접근이 요구된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스다르가 2030년까지 100GW 목표를 향해 아시아 공략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이 거대한 에너지 전환의 물결에서 공급자로 남을지, 파트너로 도약할지는 지금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