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미 국채금리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인 현안들을 지목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연방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로이터 및 블룸버그 통신 취재진에게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세계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5.04%를 상회해 19년 만의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진행된 청문회에서 베선트 장관은 채권 금리 오름세가 여타 변수들과 더불어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이 시급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란 전쟁이 촉발한 유가 급등과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금 유치 경쟁, 그리고 40조달러(약 5경5000조원) 선을 넘어선 재정적자 누적이 금리를 밀어 올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적자 규모에 대한 불안감에 공감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10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내건 '공화당 승리 시 성인 1인당 5000달러(약 690만원) 지급' 약속은 적극 옹호했다. 그는 대중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국가 채무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이를 달성할 구체적 수단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 재무부가 채권 시장을 진정시키고자 두 차례 단행한 바이백(국채 재매입)에 대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훨씬 심각한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채권시장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말 40년 만의 최저점까지 추락한 일본 엔화 가치를 부양하고자 양국이 공조한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국익과도 부합하는 결정이었다고 역설했다. 당시 미국이 투입한 자금 규모는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엔화 가치 상승이 미국 수출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일본 당국이 환율 방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인 미국 자산을 매각하는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다. 나아가 최소한의 시장 참여만으로도 일본의 정책 방향에 힘을 실어준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언급된 일본의 정책은 베선트 장관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통화 긴축(금리 인상) 기조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당시 미 재무부의 개입 액수가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밑돌았던 반면, 일본은 7월 말을 기점으로 한 달간 역대 최고치인 964억달러(약 133조원)를 투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베선트 장관은 이번 주말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향후 열릴 미·중 정상회담의 세부 안건을 사전 조율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의 대(對)이란 금융 제재 사안이 핵심 쟁점으로 오를 예정이다.
그는 러시아 등과 연루된 은행 3곳에 대한 제재 조치를 거론하며, 그간 중국 측과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온 만큼 허리펑 부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최근 이란이 물물교환 형태의 거래망을 구축해 중국산 군사 장비 등 수십억달러어치의 물자를 사들이며 자국산 원유 수출 제재를 피해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를 국빈 자격으로 초청해 24∼25일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중국 당국은 아직 해당 일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