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에 비해 뒤처진 인공지능(AI) 생태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AI 대륙 산업행동계획'(AI Continent Action Plan)을 발표하며 10만 개 이상의 AI칩을 탑재한 초대형 시설인 'AI 기가팩토리'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가팩토리는 AI 모델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하며, EU 역내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200억 유로(약 32조 4000억원)의 민간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EU는 이미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갖춘 'AI 팩토리' 13곳을 건설 중이지만, 기가팩토리는 이보다 규모와 성능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설로 설계된다.
EU는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AI 규제 간소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지난 2월 프랑스 AI 서밋에서 폰 데어 라이엔 EU 위원장이 "규제를 단순화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또한 AI 전문가 양성을 위한 펠로우십 제도 도입과 해외 연구자 유치, 기업 대상 교육 프로그램 확대도 계획에 포함됐다.
이번 계획은 EU의 AI 경쟁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영향력 있는 AI 모델 58개 중 미국이 40개, 중국이 15개를 보유한 반면 유럽은 3개에 그친다. 다만, 200억 유로 규모의 자금 조달이 대부분 민간 투자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과 구체적 실행 방안의 부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