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자동차 부품 생산을 오히려 중국 내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자국 내 제조업 복귀 기조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과 부품 공급업체들이 희토류 자석이 필요한 전기모터를 중국 내에서 완성하거나, 미국에서 반조립된 모터를 중국으로 보내 자석을 장착한 후 다시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4일부로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 7종의 희토류에 대해 특별 수출허가제를 시행 중이며, 관련 자원은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해당 자석(희토류 원재료)들은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로봇, 풍력, 의료 및 군수 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원재료로 사용된다.

중국은 이러한 조치가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이중용도 물자 통제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며, 자석 그 자체는 통제 대상이지만 자석이 포함된 완제품 모터는 수출 제한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미 업체들은 우회 수출을 통해 조달 차질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자동차 부품 공급망 관리자는 “자석은 못 나가지만 모터 안에 들어간 자석은 수출이 가능하다”며 현실적인 전략이라 평가했다. 물론 이 방식은 추가 관세 및 물류비 부담이 있지만 생산 중단 위험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혁신연합(AAI)은 지난달 미국 정부에 제출한 비공개 서한에서 “희토류 자석의 안정적 수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차량 조립 라인 중단이나 생산량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자동변속기, 센서, 모터, 조명 등 핵심 부품 다수가 해당 자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서한에는 자동차장비제조협회(MEMA)도 공동 서명했다.

포드는 자석 부족으로 지난주 SUV ‘포드 익스플로러’를 생산하는 시카고 공장을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유럽 부품업체들 역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유럽자동차부품업체협회(CLEPA)는 "현 수출 제한이 유지되면 수주 내 더 많은 공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