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하는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 양국 간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희토류 등 전략물자 수출통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간 관세 중심의 무역전쟁이 공급망 통제 및 기술 수출 제한 이슈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 CBS 인터뷰에서 “중국의 핵심광물 대미 수출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하며, 이번 회담에서 수출통제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제네바 고위급 협상에서 서로 관세를 115%포인트 인하하고, 일부 비관세 조치 철회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합의 불이행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이 7종의 희토류 광물 및 이를 활용한 영구자석의 대미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미국의 자동차·전자 등 전략 산업에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논의했고, 후속 협상단을 런던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수출통제 업무를 총괄하는 러트닉 장관의 참석은 미국이 해당 사안에 적극 협상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매우 잘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보이며, 양국 간 일부 희토류 수출 허가 조치가 이미 이뤄졌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는 7일 발표를 통해 “민간 수요와 우려를 고려해 희토류 관련 품목 수출 허가 신청을 심사했고, 일정 수량을 승인했다”며 “법규에 맞는 신청에 대한 승인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항공기 엔진, 원전 설비 등에 대한 대중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있으며, 화웨이의 AI 반도체 사용에 대한 간접 제재 조치도 함께 시행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협상이 양국 간 무역 갈등의 중심축이 관세에서 기술·자원 통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