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규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유통·기술 대기업들의 자체 암호화폐 발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서 관련 법안 통과가 임박한 가운데, 아마존과 월마트 등이 기존 금융 중개망을 우회하는 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면 연간 수천억달러 규모의 수수료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대형 유통사, 금융 중개 수수료 절감 카드..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17일 상원 통과 유력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각)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월마트와 아마존을 포함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행업체 익스피디아와 대형 항공사들도 유사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중개 수수료의 절감이다.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기존 카드 결제망을 우회할 경우 상당한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해당 보도 직후 비자와 마스터카드 주가는 각각 5% 가량 하락했다.
이들 기업의 움직임에 법적 근거를 제공할 'GENIUS Act'의 상원 통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오는 17일 상원에서 최종 표결에 들어간다. 이 법안은 하원 심의와 대통령 서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7월 중순에 발효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를 은행 자회사나 연방·주 승인 기관으로 제한하되, 1대1 준비금 보유와 월별 공시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발행을 허용한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을 증권이나 상품이 아닌 독립적 자산으로 분류해 그간의 법적 애매함을 해소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폭스 비즈니스 엘레노어 테렛 기자는 13일 X를 통해 "최종 통과 투표가 17일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명확한 법적 토대가 마련된다.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 국회 제출..수수료 절감과 빨라지는 결제 속도한국 역시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전반에 대한 포괄적 규제 틀을 제시한다.
주요 내용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사업 유형별 인가·등록·신고 체계 구축, 자율규제기관인 한국디지털자산 산업협회 설립 등이 포함됐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국은 디지털자산 생태계 전반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뒀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시장에 가져올 변화의 핵심은 비용과 속도다. 미국 소매업체들은 2023년 한 해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수수료로 1600억달러를 지불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이 부담을 스테이블코인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기대다.
정산 속도 면에서도 혁신적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카드 결제는 정산에 평균 2~3 영업일, 길게는 5영업일까지 소요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거의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 소매업체 입장에서는 자금 회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는 더욱 큰 효과가 기대된다. 전통적인 국제송금은 복잡한 절차와 높은 수수료, 긴 처리시간이 걸림돌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이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해외 거래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