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고성능 AI 프로세서의 중국 내 불법 유통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최소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AI 칩이 암시장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다수의 중간상들이 수출 금지 대상인 엔비디아 B200 프로세서를 중국 인공지능 업체들과 데이터센터 구축업체에게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불법 거래는 트럼프 정부가 기존에 중국 수출이 허용됐던 성능 제한형 H20 칩마저 금수 조치한 직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블랙웰 아키텍처를 채용한 B200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로 기존 호퍼 기반 H20 대비 월등한 연산 성능을 자랑한다. 복수의 정보 제공자들은 "공식적으로 중국 판매가 차단된 B200이 현지 지하시장에서는 손쉽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둥·저장·안후이 등 주요 성(省)의 유통업자들은 B200뿐 아니라 H100, H200 등 여타 수출 통제 대상 칩들도 동시에 취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우회 경로를 통해 반입된 엔비디아 제품의 총 거래액은 최근 한 분기에만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 지역이 중국 기업들의 우회 조달 경유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9월부터 태국 등을 대상으로 한 고성능 AI 제품 수출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출 금지 품목의 중국 내 불법 유통과 관련해 엔비디아 측의 직접적인 연루나 사전 인지 여부를 입증할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이번 보도에 대해 "비공식 경로로 도입된 칩으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비합리적"이라며 "당사는 정식 인증을 받은 제품에 한해서만 기술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