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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워런 버핏 버크셔, 올해 자사주 매입 ‘제로’..“美 증시 고평가 신호?”

서윤석 기자

입력 2025.11.03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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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주가 12% 하락에도 매입 멈춰..현금보유액 546조원 ‘역대 최대’



‘투자의 구루’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올해 들어 단 한 주의 자사주도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 CNBC 방송은 2일(현지시간) 버크셔의 실적 보고서를 인용해 “버크셔는 올해 9월까지 자사주 매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버크셔가 2018년 이후 자사주 매입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흐름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워런 버핏 회장은 과거 주주서한에서 “주가가 회사의 내재가치를 밑돌거나, 매입 후에도 충분한 현금을 유지할 수 있을 때만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를 감안할 때, 버핏과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은 현재 버크셔 주가가 여전히 ‘싸지 않다’, 혹은 향후 시장 불안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둬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핏 회장이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퇴 계획을 전격 발표한 이후, 버크셔 주가는 6개월간 약 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20% 상승해, 버크셔 주가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자사주 매입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대신 현금성 자산을 사상 최대인 3817억 달러(약 546조원)까지 늘렸다.

이는 버크셔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버핏이 미국 증시를 고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버크셔는 전통적으로 현금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를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자사주 매입 중단은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대한 경계심을 의미할 수 있다.

UBS는 보고서에서 “버크셔는 통상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15% 이상 저평가될 때만 매입에 나선다”며 “현재 주가는 내재가치 수준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매입 유인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버핏은 여전히 현금 비중을 유지하며 시장 조정기에 대규모 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월가에서는 버핏이 단기적인 주가 변동보다는 장기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본다.

UBS는 “버크셔가 내년까지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버핏이 여전히 미국 증시가 고평가 국면에 있다고 보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한편 버크셔의 막대한 현금 보유는 향후 인수합병(M&A) 또는 시장 급락 시 저가 매수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버핏은 과거 위기 때마다 “현금은 기회비용이자, 위기 때 최고의 무기”라고 강조해온 만큼, 이번 자사주 매입중단 결정은 다음 시장 국면을 준비하는 신중한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

서윤석 기자 yoonseok.suh@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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