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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력기기 산업: A부터 Z까지 따라잡기 ‘필독 가이드’②

제이든 기자

입력 2025.11.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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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및 글로벌 전력망 투자 트렌드 분석 (미국 FERC Order 1920 영향)


[편집자주] 이번 인사이트는 최근 급등세를 이어온 전력기기 산업을 다룹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전력기기 산업이 앞으로도 왜 좋은 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봅니다. 시발점부터 지향점까지 세세하게 다뤄봤습니다. 파이낸스스코프의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입니다.




2. 북미 및 글로벌 전력망 투자 트렌드 분석 (미국 FERC Order 1920 영향) 
장기 성장 추세는 북미와 글로벌 전력망 트렌드를 봐야 합니다. 특히 AI데이터센터가 집중되고 있는 북미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글로벌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 추이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노후 인프라 교체 필요성에 따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에 약 3000억 달러 수준이던 전 세계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30년 6천억 달러, 2035년에는 1조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향후 최소 10년 이상 견조한 투자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송전망뿐 아니라 배전망 분야의 시장 규모가 더 크고 향후 수요 급증이 예상돼, 배전 분야 투자의 성장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 전력기기 및 케이블 시장 규모도 2030년 약 37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3년 이후 연평균 6.3%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투자 증가는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이 견인하고 있으며, 유럽, 중동 등도 뒤따르는 양상입니다.
 
북미 전력망 투자는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폭발적 증가세가 두드러집니다. 미국은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산, 그리고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 차원에서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투자를 단행 중입니다. 

2021년 제정된 인프라법(IIJA)을 통해 미 정부는 전력망 개선에 약 130억 달러를 배정했죠. 2023년 10월에는 에너지부(DOE)가 6개 주에 걸친 대형 송전 프로젝트 4건에 15억 달러의 연방 투자를 발표해 약 1000마일의 신규 송전선을 구축하고 7.1GW의 추가 발전 수용력을 확보하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전력망 복원력 혁신 파트너십(GRIP)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재까지 104개 프로젝트에 총 76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추가 자금 지원도 예정됐습니다.

연방 예산 투입과 더불어 민간 전력회사들의 투자 확대가 병행되며, 미국 전력망 투자는 명실상부하게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입니다

특히 FERC Order No.1920의 도입은 미국 전력망 투자 추세에 중요한 제도적 모멘텀을 제공했습니다. 

2024년 5월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13년 만에 새로운 송전망 규칙(Order 1920)을 승인했죠. 이는 송전망 운영자에게 최소 20년의 장기 송전망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수혜자 부담 원칙에 기반한 비용 할당 규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역별 RTO/ISO와 전력회사들이 장기적인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미래 전력망 확충을 사전에 준비하도록 하고, 송전 투자 비용을 혜택을 받는 주체가 공정하게 분담하도록 개선한 것입니다. 이는 석탄발전 퇴출 가속과 AI 시대 본격화로 전력수급 불안이 커진 현실에서 연방 차원의 송전 인프라 계획을 체계화해 적시 투자를 촉진하려는 취지입니다. 물론 트럼프 정부의 화석 연료 우호 정책이 견조하지만 친환경 에너지와 AI 시대로 전환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합니다.

이후 Order 1920은 과거 FERC Order 1000(2011년)의 한계를 보완해, 장기 송전망 투자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과 비용분담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민간투자 유인과 주 간 협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조치로 향후 미국에서 대형 송전 프로젝트의 인허가 지연이 완화되고, 광역 전력망 확충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미 투자 확대 속에서 한국산 전력기기의 수혜도 두드러집니다. 미국은 전력망 투자 급증에 따라 국내 공급만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2022년 이전에도 30%대에 불과하던 자급률이 2023년에는 2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수입 비중 80% 초과). 
 
다시 말해 미국은 폭증하는 전력망 수요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장비업체들의 대미 수출 호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산 변압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최근 급등해, 미국 수입 통계 기준 2025년 누계로 초고압 변압기(10MVA 초과) 시장에서 한국산 비중이 18%로 확대돼 멕시코를 제치고 1위를 넘보고 있습니다 (현지 생산분까지 고려하면 실질 점유율 30% 이상 추정합니다.)

배전용 변압기 역시 한국산이 28%로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미 지역 투자 확대의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들이 공급 측면에서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현지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수혜 강도가 결정될 것입니다.

유럽 등의 글로벌 투자 트렌드도 긍정적입니다. 유럽은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기간 정체됐던 전력 수요가 2024년 +1.4%로 3년 만에 증가 전환했고, 2025~27년에도 연평균 +1.7% 성장할 전망입니다. 

유럽 유틸리티 업체들은 전력망 및 에너지 인프라 투자 규모를 2021~23년 연간 620억 달러 수준에서 2024년 810억 달러로 대폭 늘렸죠. 2026~30년에는 연평균 890억 달러까지 레벨업(Level-up)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해상풍력과 국가 간 송전망(HVDC) 구축에 막대한 투자가 예정돼 있습니다. EU는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2023년 34GW에서 2030년 86GW, 2040년 259GW로 늘릴 계획이죠. 2031~2040년 운영 목표인 해상풍력 연계 HVDC 투자액만 1990억 유로, 국가 간 HVDC 송전망 투자액도 995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유럽 역시 대형 HVDC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초고압 송전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할 전망입니다.

종합하면, 북미와 글로벌 전력망 투자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수요에 대응해 앞으로도 장기간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입니다. 

특히 FERC Order 1920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제도적 뒷받침은 투자 실행력을 높여주고 있으며, 이는 한국 등 해외 공급업체들에게 수년간의 안정적 고성장 수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거시적 추세에 올라타 관련 업체의 수주 모멘텀이 유지될지를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제이든 기자 kangchani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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