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가 4조 원 규모의 신형 잠수함 건조 사업(오르카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SAAB)를 선정했다. 

한국의 한화오션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 조선·방산업체들이 경쟁에 참여했으나, 사브가 최종 승자로 결정됐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스웨덴이 모든 기준을 충족하고 납기와 발트해 작전 능력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제안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계약은 발트해 안보 인프라를 강화하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폴란드는 내년 2분기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2030년경 첫 잠수함을 인도받을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폴란드 해군이 추진 중인 ‘오르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발트해에서의 얕은 수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계획이다. 

계약 규모는 100억 즈워티(한화 4조원)로, 무기체계 통합과 유지·보수를 포함한 총 사업비는 360억 즈워티(한화 1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경쟁에는 한국 한화오션을 비롯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스페인 나반티아, 프랑스 나발그룹 등이 참여했다. 

한화오션은 독자 기술력과 비용 효율성을 내세웠으나, 사브가 제안한 ‘A26 블레킹급 잠수함’의 기술력과 발트해 작전 최적화 설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A26 블레킹급은 사브가 ‘세계 최초의 5세대 잠수함’으로 홍보하는 모델이다. 스텔스 기능 강화, 장시간 잠항 능력, 최신 센서 시스템을 갖췄다. 

스웨덴 측은 사업 수주를 위해 폴란드 조선소에 정비 역량을 이전하고, 폴란드산 무기를 구매하는 상호투자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발트해 긴장 속에서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보유한 잠수함은 구소련 시절 도입한 ‘ORP 오제우’ 1척뿐으로, 이번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잠수함 전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발트해는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서양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러시아 원유 수출의 주요 해상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 폴란드·발트 3국과 함께 발트해 전역이 사실상 나토 영향권에 편입됐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해저 케이블 절단 등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폴란드는 발트해 안보망 강화와 나토 내 해군 협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