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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중국은 멈췄다, 돈은 한국 소부장으로 간다”

고종민 기자

입력 2025.12.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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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제재의 진짜 수혜 라인은 삼성·SK과 K-소재였다



미국과 일본의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 대상 일본 관광 주의 조치, 일본 엔터 제재 등을 강행하자, 반도체 핵심 소재를 수출하는 일본이 수출 통제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EUV 노광장비, 첨단 공정 장비, 고성능 포토레지스트와 같은 핵심 인프라가 막히면서 CXMT·YMTC 등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단순히 중국의 둔화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무게 중심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공정 중심의 초격차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구조다. 

양사는 DDR5, EUV 기반 DRAM, 8세대 이상 V낸드, HBM3·HBM3E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재편 중이다. 구형 범용 메모리 의존도를 줄이고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본격화됐고, 이는 곧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메모리의 기술적·신뢰도 우위가 다시 강화되는 구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변화의 진짜 수혜가 누구인가다. 표면적으로는 삼성과 SK의 경쟁 안정이 부각되지만, 실질적인 레버리지를 받는 쪽은 바로 국내 소재·장비 기업들이다. 또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우회 수입 경로로 한국 기업을 선택할 경우, 미·일 제재 사항에 따라 제한적이지만 추가적인 수혜가 가능하다.


◆첨단 공정 전환 = K-소부장 실적 엔진 가동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공정 전환은 단순한 생산 라인 변경이 아니다.

공정 난도가 올라갈수록, 소재 단가와 사용량이 동시에 증가하고 장비 역시 고부가 제품으로 교체된다. 이 메커니즘은 병렬 구조로 전개된다. ▲ EUV 공정 확대 → 고성능 포토레지스트·마스크 수요 급증 ▲ 미세 식각 공정 고도화 → 초고순도 식각액·세정액 사용량 증가 ▲ 다층 배선 및 적층 확대 → CMP(평탄화) 슬러리·패드 소비 증가 ▲ HBM 패키징 확대 → TC 본더·절단·접합 장비 투자 본격화 등이다. 

즉, 고부가 메모리로 갈수록 소부장은 구조적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다.

◆포토 공정의 주역 – 동진쎄미켐·에스앤에스텍
먼저 EUV 포토 공정의 수혜 기업으로는 동진쎄미켐이 확실한 중심에 있다. 동진쎄미켐은 일본 독점 체제였던 EUV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해 삼성전자 DRAM 라인에 실제 공급을 개시했다. ArF 레지스트 중심 기업에서 EUV 양산 대응 기업으로 체급이 바뀐 상태다.

EUV 비중이 확대될수록 고감도·고정밀 PR의 단가는 급격히 상승하며, 신규 공정 당 사용량도 증가한다. 단순한 제품 교체가 아니라 ‘단가+물량’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일본산 소재 의존도를 줄일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삼성·SK 입장에서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동진쎄미켐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에스앤에스텍은 블랭크 마스크 국산화로 포토 공정 생태계의 또 하나의 핵심 축이다. 기존 DUV용 블랭크 마스크를 안정 공급해왔으며, 최근 EUV용 블랭크 마스크와 펠리클 전용 라인까지 구축해 양산 대응 국면에 진입했다. EUV 블랭크는 글로벌 공급사가 극히 제한적인 품목으로, 국산화 성공 시 일본 독점 구조를 깨는 실질적 대체 벤더가 된다.

◆습식 케미칼 – 솔브레인·램테크놀러지
식각·세정 분야에서는 솔브레인이 명실상부한 국내 1위다. 초고순도 불산, 과산화수소, 현상액 등 습식 케미컬 대부분을 삼성·SK 및 글로벌 파운드리에 공급한다. 미세공정이 진행될수록 세정·식각 단계는 늘어나기 때문에, 삼성·SK의 고사양 공정 증설은 곧 솔브레인의 볼륨 성장으로 직결된다.

국내뿐 아니라 대만·중국·미국 등지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 해외 고객 대응 능력도 확보했다는 점에서, 단순 국산화 수혜를 넘어 글로벌 케미컬 벤더로의 성장 경로를 밟고 있다.

램테크놀러지는 혼산 식각액과 박리액에 특화된 업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부 미세공정에 채택되며 레퍼런스를 축적했고, 이후 디스플레이 및 2차전지 분야로 제품군을 확대해 매출원을 다각화 중이다. 향후 삼성의 GAA 공정 본격화에 따라 신규 식각 소재 수요가 창출될 가능성도 현실적인 선물 옵션이다.
◆CMP 핵심은 케이씨텍
CMP(평탄화) 공정의 주역은 케이씨텍이다. 케이씨텍은 CMP 장비와 슬러리를 동시에 국산화한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다.

CMP 슬러리는 미세화·다층화가 진행될수록 사용량이 가장 폭증하는 공정 소재 중 하나다. 기존 일본·미국 독점 구도에서 벗어나 국내 메모리 라인 적용 범위를 지속 확대해 왔으며, 평택 P3·P4 및 해외 신규 팹 증설 국면에서도 수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장비와 소재를 함께 공급하는 구조는 고객사 입장에서 공정 최적화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 첨단 라인 신규 증설 시 패키지 수주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위치다.
◆패키징 수혜의 중심 – 한미반도체
HBM·고급 패키징 시대의 대표 수혜주는 한미반도체다. TC 본더 등 후공정 장비에서 이미 확고한 글로벌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의 HBM 증설 본격화와 함께 실적이 급반등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SK 라인과 같은 장비를 확보하라”는 판단 아래 대규모 구매에 나서며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차세대 와이드 TC 본더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 다변화 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단기 반사이익을 넘어 AI 패키징 구조적 확대의 최대 수혜주라는 평가가 유효하다.

SK하이닉스와 불협화음은 여전하지만 마이크론 향 수출도 이어지고 있어, 주목할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전공정 안정 축 – 원익IPS·PSK
전공정 장비는 원익IPS와 PSK(피에스케이) 투톱 구조다.
 
원익IPS는 삼성의 국산화 핵심 파트너로 CVD·ALD·확산 장비를 공급한다. 국내외 메모리·파운드리 증설이 재개되는 국면에서 안정적 수주 성장 트랙을 유지하고 있다.

PSK는 드라이 애싱(포토레지스트 제거) 장비 글로벌 1위 업체다. 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애싱 공정의 중요성과 반복 횟수는 늘어난다. 삼성·SK뿐 아니라 TSMC까지 고객 기반이 분산돼 있어 특정 고객·국가 리스크도 제한적이다.
 
◆단기·중기 시장 포인트
2023년 메모리 불황으로 위축됐던 소부장 실적은 2024년부터 뚜렷한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했다. 삼성·SK의 감산 완화와 첨단 공정 투자가 맞물리면서 공정 민감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이익 레버리지가 크게 작동하는 구간이다.

현재 투자자들이 점검해야 할 변수는 다음 네 가지다.

▲ EUV 소재 국산화 업체의 실질 매출 반영 시점 ▲ HBM 패키징 투자 확대에 따른 TC 본더 수주 강도 ▲ CMP 공정 및 습식 케미컬 사용량 증가 추이 ▲ 글로벌 고객 다변화 및 중국 의존도 변화 등이다. 

한국 메모리가 중국 메모리 둔화로 경쟁 압력이 약해진 현재 다시 강력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구간이다. 다만 시장이 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변화는 삼성·SK가 아니라 그 밑단을 떠받치는 K-소부장이 구조적 성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공정 미세화·AI 메모리 확대·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용하며, 국내 소재·장비 기업들은 더 이상 “경기 민감 산업”이 아니라 최첨단 반도체 가치 사슬의 필수 코어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돈의 흐름이 지금 삼성·SK 위가 아니라, 그 아래 K-소부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1일 현재 국내 증시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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