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자국 농가를 위해 120억 달러(한화 17조63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관세 수입 일부를 재원으로 한 이번 조치는,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불만이 고조된 농민층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재무부·농무부 장관, 업계 관계자들과의 원탁회의에서 “미국이 받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수입 중 일부를 미국 농가에 환원하겠다”며 “12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지원은 농민들이 올해 수확물을 판매하고 내년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며 “식료품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관세 정책으로 인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다. 이에 미국 중서부 농가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어왔다.
미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인 대두는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었다. 그러나 무역 갈등 이후 수출길이 막히면서 재고가 급증하고 가격이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엄청난 양의 미국산 대두를 다시 구매하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과 최근 통화했는데, 그는 애초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통화 시점은 지난달 24일 진행된 양국 정상 간 통화로 추정된다. 이후 추가 접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양국은 지난 10월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 유예 및 무역 보복 조치 일부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중국은 연말까지 최소 1200만 톤의 대두를 구매하고, 향후 3년간 매년 2500만 톤을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은 400억 달러 이상의 대두 구매를 약속했다”며 “나는 시 주석에게 ‘그 이상도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고물가로 인한 국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농가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트럼프 지지층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농민 지원을 통해 여론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