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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부산 회담서 '무역전쟁 확전' 자제 합의 전망

윤영훈 기자

입력 2025.10.2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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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통제·100% 관세 맞불 중단하고 갈등 격화 저지선 합의 예고

사진=Gemini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을 겨냥해 꺼내든 경제 보복 카드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차단과 미국의 대중 관세 100% 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양측이 회피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끈 양국 실무진이 25~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한 고위급 협상에서 윤곽을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동반한 베선트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1년 유예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역시 중국을 향한 100% 추가 관세 부과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은 같은 날 양국이 미국의 중국 해운·물류·조선 산업 겨냥 301조 조치와 맞불 관세 중단 기간 연장, 펜타닐 관세 및 단속 협력, 농산물 거래, 수출 규제 등 핵심 경제·통상 현안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으며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을 펼쳤다고 전했다. 양측은 서로의 우려 사항을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기초적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미중 양국이 이달 들어 상대를 압박하려 꺼낸 강경 조치들을 철회하는 데 뜻을 모았음을 시사한다. 11월 중순 만료 예정인 상호 고율 관세 유예 연장 문제가 남아 있으나, 양국 및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무역 분쟁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 인식이 형성된 만큼 유예 조치가 재차 연장될 공산이 크다.

결국 30일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직접 회담은, 양국의 구조적 경쟁 구도는 그대로 둔 채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충돌만은 막자는 합의의 장이 될 전망이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중국의 수입 중단 해제, 중국산 펜타닐 원료 불법 반출 단속 강화 등 미국의 요구 사항과, 중국 기업 자회사까지 수출 통제 대상으로 삼는 문제 등 중국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타협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농가를 위한 중국의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합의했다"며 "중국이 미국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펜타닐 원료 물질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양측이 타협 방향을 선택한 배경에는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초래될 재앙적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타격을 입은 미국은 호주, 일본 등과 협력해 대안 공급망 구축에 나섰지만, 2029년 1월까지인 트럼프 임기 내에 중국 의존도를 완전히 탈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희토류 문제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중국과 다시금 100% 이상의 극단적 관세로 맞서는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으로 이미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로 대미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경쟁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 확대를 촉발할 명분을 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아시아 순방의 사실상 마지막 핵심 일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현상 유지 합의를 본인의 성과로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입장에서 최대 난제인 대중 협상에서 숨통이 트인 만큼, 또 다른 과제인 한미 통상 협상에 더욱 집중할 여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미중 정상회담 하루 전인 29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3500억달러(약 504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포함한 한미 무역 협정을 성사시키려는 미국의 막판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아시아 순방 출발 전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타결에 매우 근접했다"며 "한국이 준비되면 나도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윤영훈 기자 jihyunengen@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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