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향후 5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20일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회의는 23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약 370명의 중앙위원회 위원들이 참석한다.
이번 4중전회는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전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렸다. 중국은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청년실업 확대 등 복합적 경제 위기와 맞물린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황에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올해로 종료되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 이후를 이을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 수립이다.
통상 5중전회에서 차기 5개년 계획이 논의된다. 그러나 앞선 3중전회가 지난해 7월로 늦춰지면서 이번 4중전회로 논의가 앞당겨졌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임기가 2년여 남은 상황에서 그는 이번 회의를 통해 중국 경제의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4.8%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 목표치인 5% 안팎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AP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소비 진작과 기업 투자 활성화, 과잉생산 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할 것”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견제하며 기술 자립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강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닝장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와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은 첨단 기술 자립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금융 정책의 대대적인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고위급 인사 교체와 조직 정비도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중국군과 외교라인에서 잇따른 숙청과 낙마설이 이어지며,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의 인사 공백이 커졌다.
중국군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 중앙군사위 부주석,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됐던 류젠차오 전 대외연락부장, ‘기술 차르’로 불리던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 등이 모두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재 중앙군사위원회 7명 중 장유샤 부주석, 류전리 연합참모부 참모장, 장성민 중앙기율검사위 부주석만 남아 있다. 나머지는 낙마 또는 숙청설에 휩싸인 상태다.
다만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 교체가 단행된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이번 회의에서는 부분적 정비 수준의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4중전회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회의 참석자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합의안을 조율한다. 모든 논의 결과는 회의 마지막 날 간략한 보고서 형태로만 공개된다.
세부 내용은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공식 발표된다.
이번 회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어떤 경제 비전을 제시해 국제 시장의 신뢰 회복과 내부 리스크 해소를 꾀할지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