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협력 강화를 선언했다.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 양국이 결속을 과시하는 장이 됐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갖고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공동 입장을 표명했다.
두 정상은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상호 방문을 이어가며 관계의 긴밀함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3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양국은 회담에서 20여 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초대형 협력이 합의됐다.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은 기존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한 대중국 가스 공급량을 연 380억㎥에서 440억㎥로 확대했다. 또한 2027년 가동 예정인 극동 가스관 수송량도 연 100억㎥에서 120억㎥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더해 몽골을 경유해 중국으로 연결되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건설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30년간 연 500억㎥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프롬 측은 구체적인 가격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유럽에 공급되는 가격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로 유럽 시장을 잃은 러시아에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에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협의에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러시아 매체 우라(URA.RU)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공동 비전을 논의했으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지난달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중국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방문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양국 관계는 주로 우크라이나 분쟁 논의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며 “향후 외교부 간 협의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 중·러가 협력 강도를 높이며 에너지·외교적 공동 대응을 강화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