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전문기업 퍼스텍이 관계사 유콘시스템을 통해 축적한 독보적인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우주항공 및 로봇 산업의 숨은 주역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나로호의 자세제어부터 누리호의 발사 통제 시스템까지, 국가 우주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기술을 도맡아 온 이력이 부각되면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회사에 따르면 퍼스텍은 관계사인 무인항공기 전문기업 유콘시스템을 통해 우주 발사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회사측 관계자는 "모든 우주 사업은 유콘시스템을 통해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과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나로호(KSLV-1)의 상단추력기 자세제어시스템 개발을 수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자세제어시스템은 발사체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정확하게 우주로 날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장치다. 유콘시스템의 기술력은 이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로도 이어졌다. 유콘시스템은 누리호 개발 2단계 사업에 참여해 발사 전 모든 과정을 통제하는 '지상제어시스템'과 이를 운용하는 '그래픽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구체적으로 운영자들이 사용하는 콘솔 51대와 제어 화면 4872개를 개발해 누리호의 발사대 기립부터 추진제 충전, 발사 시퀀스까지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발사체의 뇌와 신경망 역할을 퍼스텍의 기술력이 담당한 셈이다.
퍼스텍의 이러한 '초정밀 제어' 역량은 우주뿐만 아니라 방산 로봇 분야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퍼스텍은 2010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휴전선 감시경계 로봇을 개발하는 등 16년 이상 로봇 제어 기술을 축적해왔다. 2025년 9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566억원 규모의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구성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무인화 방산 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로봇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약 2,700억원 규모의 양산 계약의 일환으로, 원격으로 지뢰를 탐지하고 급조폭발물(IED)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대한민국군에 국산 국방 로봇이 전력화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에서는 외교부가 2026년 1월 19일 미국 상무부와의 면담을 통해 한미 우주 협력을 강화하며 '뉴스페이스' 시대를 천명한 만큼, 검증된 기술력을 보유한 퍼스텍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주최로 14개 국내 우주기업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며 한미 상업 우주 협력 강화와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퍼스텍은 삼성, 한화, KAI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파트너로 선택할 만큼 제어 기술 분야에서 확실한 레퍼런스를 보유한 기업"이라며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300여개 국내 기업 중에서도 지상제어시스템이라는 핵심 분야를 담당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뢰 제거 로봇에서 입증된 지상 제어 기술이 우주 발사체 통제 기술로 확장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