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인공지능(AI) 수요 폭발에 힘입어 15년 만에 최고의 분기 실적을 달성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오라클은 10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3분기(작년 12월~올해 2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71억9000만달러(약 25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의 전망치인 169억1000만달러(약 24조9000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주당순이익(EPS) 역시 전년 대비 21% 오른 1.79달러(약 2640원)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1.7달러를 넘어섰다. 오라클 측은 총매출과 주당순이익이 모두 달러화 기준 20% 이상 유기적 성장을 이룬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라며 이번 분기를 '탁월한 분기'로 자평했다.
이러한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핵심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클라우드 부문이다. 클라우드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급증한 89억달러(약 13조1000억원)를 기록해 가이던스 최상단에 도달했다. 세부적으로는 클라우드 인프라(IaaS) 매출이 84% 증가한 49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달성했고, 이 가운데 멀티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매출은 5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SaaS) 매출도 13% 증가한 40억달러(약 5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반면 기존 소프트웨어 매출은 61억달러(약 9조원)로 달러 기준 3% 증가에 그쳤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Non-GAAP 기준 영업이익은 74억달러(약 10조9000억원)로 19% 증가했고, 순이익은 52억달러(약 7조7000억원)로 23% 늘어나는 등 외형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다졌다.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다른 지표는 AI 계약과 직결된 수주잔량(RPO)의 폭증이다. 이번 분기 말 기준 수주잔량은 5530억달러(약 815조7000억원)로 전년 대비 325% 늘어났으며, 전 분기 대비 단 한 분기 만에 290억달러(약 42조8000억원)가 순증했다.
오라클은 AI 훈련 및 추론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계약 이행에 따른 자금 조달 우려에 대해서는 고객이 직접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거나 선급금으로 장비 구매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회사 내부적으로도 AI 코드 생성 기술을 전면 도입해 더 적은 인력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SaaS 제품군의 경쟁력과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막대한 자본 지출은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2개월간 대규모 투자 여파로 잉여현금흐름은 247억달러(약 36조4000억원)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선제적 자금 확보를 위해 오라클은 지난 2월 최대 500억달러(약 73조8000억원) 규모의 조달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 투자 등급 채권과 전환우선주를 통해 300억달러(약 44조3000억원) 조달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주문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함에 따라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추가적인 채권 발행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오픈AI와 미국 텍사스주(州) 애빌린에 구축 중이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확장을 백지화하고 수천 명 규모의 감원을 계획 중이라는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도 잇따르며 시장의 엇갈린 시선을 받았다.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굳건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라클은 4분기에 총매출이 19%~21%, 클라우드 매출이 46%~50% 성장하고 주당순이익은 1.96~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2026 회계연도 전체 총매출 670억달러(약 98조8000억원)와 자본 지출 500억달러(약 73조8000억원)라는 기존 가이던스를 유지하면서, 주요 AI 고객들의 재무 상태 강화에 힘입어 2027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를 기존보다 상향 조정한 900억달러(약 132조8000억원)로 제시해 중장기 성장 목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오라클 이사회는 보통주 1주당 0.50달러의 분기 현금 배당을 선언했으며, 2026년 4월 9일 기준일 주주를 대상으로 4월 24일에 지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