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신임 의장이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한편, 통화당국의 소통 방식 및 정책 틀을 대폭 개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17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는 데 전원 합의했다.
회의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은 정책 성명문이 이전보다 한층 간결하고 명확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의 경제 여건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존의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성명문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확인된 사실만을 시장에 전달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시 의장은 연준의 정책 운영 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기 위해 5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새롭게 출범할 TF는 연준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기존 데이터 출처 활용 및 의존, 전환기 시대 생산성과 일자리,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등 5개 핵심 영역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조직에는 외부 인사들도 참여하며, 연말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워시 의장은 경제 동향 진단 과정에 인공지능(AI)과 민간의 실시간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는 현재 미 중앙은행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고하는 통계 상당수가 현실 경제와 동떨어진 낡은 조사 기법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데이터를 추적하기보다 현재의 경제 흐름을 신속하게 포착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는 점도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각 위원이 제출하는 금리 예상치를 지우개 달린 연필에 비유하면서, 확고한 신념의 산물이라기보다 다양한 가정 가운데 확률이 높은 쪽을 고른 결과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워시 의장 자신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 예상치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연말께 점도표와 함께 기자회견, 의사록, 녹취록 등 대외 소통 창구 전반을 강도 높게 점검하겠다고 공언했다.
2% 물가 목표치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의회가 부여한 핵심 책무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기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연준의 역량과 의지를 시장에 재차 입증하기 전까지는 이를 재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경기 제약적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부문별로 영향이 불균등하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 등에서는 긴축의 영향이 감지되지만,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금융시장의 활황을 감안하면 경제 전반이 위축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고용 상황에 대해서는 연준 위원들 상당수가 양호하고 바람직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워시 의장은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소통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반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의 면담을 언급하면서는 "통화정책 집행이 완전한 독립성을 갖추더라도 중앙은행이 재정 당국의 움직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중앙은행은 폭넓은 시야를 갖추되 주어진 제한된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