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인공지능(AI) 규제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엔비디아가 자체 제작한 소형 AI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아울러 1조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지닌 초대형 개방형 AI 모델 역시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300억개 매개변수를 기반으로 한 소형 혼합전문가(MoE) 모델 '네모트론3.5 라이트닝'을 선보였다. 해당 모델은 라이선스 요금이나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기업들이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다. 모델 튜닝에 필요한 가중치 정보도 함께 제공돼 사용자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작업도 허용된다.
엔비디아는 미 매체 CNBC를 통해, 덩치가 큰 기존 네모트론 모델에 이른바 '증류' 방식을 접목해 크기를 대폭 줄이면서도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이번 모델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증류란 거대 AI 모델이 내놓은 답변을 바탕으로 신규 모델을 학습시키는 기법을 뜻한다. 그동안 유력 AI 개발사들이 소형 모델을 만들 때 흔히 채택해 왔으나, 최근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첨단 AI 기술을 무단 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방식을 거쳐 탄생한 네모트론3.5 라이트닝은 동급의 타 오픈소스 모델 대비 토큰 생성 속도를 최고 4배까지 끌어올렸으며, 에이전트의 총 작업 소요 시간 역시 약 30% 단축했다는 것이 엔비디아 측의 설명이다.
더불어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의 복잡도와 요구 조건을 분석해 최적의 AI 모델로 작업을 할당해 주는 오픈소스 유틸리티 '네모 스위치야드'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회사 측은 이 도구를 쓰면 가장 비싼 모델을 단독으로 돌릴 때와 똑같은 정확도를 내면서도 구동 비용은 3분의 1로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의 보도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1조개 규모의 매개변수를 갖춘 차세대 초대형 AI 모델 '네모트론4'를 준비하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내부 소식통은 이 차기 모델이 현재 훈련 과정을 거치고 있어 정확한 출시 시점은 미정이지만, 빠르면 올 늦가을 무렵에는 개발이 완료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카리 브리스키 엔비디아 생성형AI 담당 부사장은 이메일 입장문을 내고 "안전 및 보안을 제고하고 혁신을 가속하며, 다음 세대까지 믿고 의존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모든 기업과 국가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오픈소스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차세대 모델 프로젝트의 존재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엔비디아가 오픈소스 AI 진영을 강하게 옹호하는 것을 넘어 직접 모델 제작에 뛰어든 것은, 개방형 생태계의 성장이 자사의 주력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 등 비즈니스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구글 등이 서비스하는 폐쇄형 AI는 기업 고객에게 높은 요금을 청구하는 반면, 개방형 모델은 대체로 무료이거나 저렴한 데다 가중치까지 공개돼 있어 사용자 맞춤형 개조가 수월하다.
오픈소스 모델을 채택하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기존의 폐쇄형 AI 개발사들은 위협을 받게 되지만, AI 구동용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로서는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고 고객군을 넓히는 기회를 맞게 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무료 AI의 등장은 하드웨어와 반도체, 그리고 데이터센터 분야 모두에 이로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