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으로 돌아섰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올린 연 3.75~4.00%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재개된 이번 긴축 행보는 투표권을 행사한 FOMC 위원(연준 이사 및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12명의 전원 동의로 통과됐다. 연말까지 금리를 추가로 높일 여지도 남겼다.
함께 공개된 경제지표 전망을 보면, 전체 19명의 위원 중 18명이 제출한 연말 금리 예상치 중간값은 4.1%를 기록했다.
6월 예측치 대비 0.3%p 상향된 것으로, 연내 추가 긴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신호다.
세부적인 점도표 분포를 보면 18명 가운데 12명이 4.00~4.25% 구간을, 4명이 4.25~4.50% 구간을 지목했다. 현재 금리인 3.75~4.00% 선에서 멈출 것으로 내다본 위원은 단 2명에 그쳤다.
사전 정책 안내 수단인 '포워드 가이던스' 폐지를 공언했던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점도표 투표에 동참하지 않았다.
연준 일정상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10월 27~28일, 12월 8~9일 두 차례다. 남은 회의에서 최소 한 번 더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화정책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연준이 단발성 금리 조정으로 끝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4.00~4.25%로 금리가 오를 공산이 크며, 내년도 통화정책 경로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말 금리에 대해서는 8명이 4.25~4.50%, 5명이 4.00~4.25%, 4명이 3.75% 이하를 점쳤다. 워시 의장 등 2명은 내년 전망치 역시 제출하지 않았다.
연준은 2024년 9월·11월·12월은 물론 지난해 9월·10월·12월에도 3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00%p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앞서 7월과 8월 연달아 0.25%p씩 기준금리를 올려 현재 3.00%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긴축 전환의 배경에는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이 자리 잡고 있다. 탄탄한 고용 및 성장 지표가 뒷받침되면서 금리 인상을 감내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반영됐다.
연준은 결정문에서 여전히 물가가 높은 상태라고 지적하며, 이번 조치가 FOMC의 장기 목표인 물가상승률 2% 달성을 위한 시의적절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준은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6월보다 0.1%p 상향한 3.7%로 제시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국제 유가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실질 증가율은 2.3%, 내년은 2.4%로 종전보다 각각 0.1%p씩 올려 잡았다.
당초 예상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실업률 전망치도 6월 수치에서 0.2%p 하향 조정한 4.1%로 제시해 고용 시장의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워시 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5년 넘게 목표 수준을 웃돌았다며, 물가가 너무 높고 그 기간도 과도하게 길어졌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으로 부임한 워시 의장의 첫 통화정책 행보가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으로 귀결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11월 중간선거를 목전에 두고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금리가 1%이거나 그보다 낮아야 한다고 적으며, 무역적자를 유발하는 대다수 국가와 거래를 끊으면 연간 최소 1조5000억달러의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측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연준의 이번 결정이 확고한 경제적 논리에 기반하지 않은 매우 유감스러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반면 워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의회가 부여한 물가 안정 책무를 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미 국채금리는 이 같은 긴축 경계감을 선반영하며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