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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호르무즈 ‘봉쇄 쇼’가 촉발할 석유-금리 게임

고종민 기자

입력 2025.06.23 07:00수정 2025.06.2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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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06월23일 07시00분에 파이낸스 스코프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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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쇄’는 실탄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쇼다
2. 유가 급등과 금리 인하 압박이 동시에 움직이는 ‘순(純) 수출국’의 역설
3. 트럼프 캠프의 ‘좌시 전략’과 투자 지형도


1. ‘봉쇄’는 실탄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쇼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엄포로 국제 유가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다만 실제로 해협을 막아버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봉쇄는 곧바로 자국 원유·가스 수출을 스스로 끊는 자해 행위가 되고, 중국·러시아 등 핵심 우방의 조달선까지 차단해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 해군 제5함대가 상시 배치돼 있는 해역에서 군사적으로 버틸 체력도 부족하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가 최근 발간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실현 불가능한 이유들' 보고서를 통해 ‘실현 불가능한 5가지 이유’로 정리했듯, 이란이 봉쇄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일 동인은 협상력을 높이려는 정치적 쇼에 가깝다. 

실제로 JP모건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란이 극단적 수단을 쓰지 않아도 발언만으로 유가를 10~15달러 끌어올리는 효과를 누린다”고 평가했다. 그냥 단순하게 보면 유가가 올라가면 전쟁 자금을 꾸준히 마련해야 하는 이란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다만 봉쇄는 그 기회를 날려버리는 행위다. 
2. 유가 급등과 금리 인하 압박이 동시에 움직이는 ‘순(純) 수출국’의 역설
이번 사태로 배럴당 110달러 안착 가능성이 시장에 새겨졌지만, 미국 경제는 과거와 달리 석유·LNG 순수출국이 된 이후부터 유가 상승이 곧바로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에너지 총수지 기준으로 미국은 2024년 9.3쿼드(Quadrillion Btu)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순수출을 달성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에너지 비중은 6% 남짓에 불과한 반면, 쉘·LNG 수출 가격이 뛰면 무역수지 개선 여력이 커진다.

유가가 급히 오를수록 연준 내부에서는 “소비 여력 둔화 → 성장 충격”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명분이 강화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월가의 CME FedWatch 역시 이란 리스크가 고조된 6월 셋째 주에 연내 두 차례 인하 베팅 확률이 50% 아래에서 70%대로 점프했다. 

결국 유가와 금리는 같은 방향이 아니라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이번 지정학 이벤트의 핵심 역학이다.
3. 트럼프 캠프의 ‘좌시 전략’과 투자 지형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대응 수위를 낮추며 사태 장기화를 관망하는 배경도 이 역학에서 찾을 수 있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이어질수록 쉘업체·LNG 터미널이 몰려 있는 텍사스와 펜실베이니아 지역의 이익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동시에 연준의 완화 스탠스 전환 가능성이 높아져 중간 선거 국면에서 ‘경기 부양 카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테러 국면마다 연준이 실질적 위협으로 판단했을 때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해 왔다.

이번에도 만약 이란이 더 강한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연준은 “성장 방어”를 명분으로 금리를 낮출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시장 측면에서는 유가 급등이 불가피한 상수라면, 금리 인하는 변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섹터(특히 LNG 운송선사와 미드스트림 파이프라인 기업)가 상대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리 인하 시그널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주와 고배당 리츠가 재차 반등할 구간이 열릴 수 있다. 요컨대 ‘유가 상단 고정 + 금리 하단 가시화’ 조합이 만들어 내는 자산가격 스프레드를 노리는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 유가가 110달러 선 위로 과열될 때마다 에너지 비중을 축적하고, 연준 인하 기대감이 뉴스를 타는 순간에는 성장주·리츠를 서서히 편입하는 방식이다.

결국 이란의 ‘봉쇄 쇼’는 길어도 일주일 남짓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이 시장 심리를 뒤흔드는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투자자라면 단기 변동성 속에서 트럼프 캠프가 선택한 판짜기에 편승할지, 아니면 긴 호흡으로 리스크를 줄일지를 가늠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미국이 낀)이 장기화 되더라도 앞으로 정책, 시장 상황, 미래 성장에 유망한 기업들의 저평가 매력도 상승(주가 조정)에 배팅을 할 혜안이 필요하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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