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신호와 대통령의 지속적인 개입 시도가 맞물리면서, 1일(현지시간) 황금 선물거래 가격이 4개월여 만의 정점을 찍었다. 동시에 백은 선물 역시 14년간의 침체를 깨고 급등세를 기록했다.
뉴욕 선물시장에서 금 선물 근월물 계약은 동부시간 오후 3시54분 현재 온스당 3546.1달러(약 342만원)를 형성하며 전일 종가 대비 0.85% 상승했다. 새벽 시간대에는 3557.1달러까지 치솟아 지난 4월22일 이래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이번 상승세의 배경에는 다가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 하향 조정이 단행될 것이라는 시장의 강한 확신이 자리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지표는 9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89.6%로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 투자는 미국 실질금리와 역방향 상관관계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리 전망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 침해 시도가 추가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의 반복적인 금리 인하 요구와 연준 인사진 교체 압박은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며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간섭 시도에 대해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의 안정성 훼손은 결국 글로벌 경제 전체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상호 관세 조치가 위법 판정을 받은 것 역시 경제 불안정성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 금시장은 지난 4월 관세 정책 발표 이후 기록적 상승세를 보이다가 관세 유예 조치와 통상 협상 진행으로 인해 최근까지 횡보 국면을 지속해왔다.
은 시장도 이날 급등세에 동참했다.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은 근월물 계약은 동부시간 오후 4시 기준 온스당 41.73달러(약 5만6000원)를 기록하며 전거래일 대비 2.47% 올랐다. 은값이 온스당 4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2011년9월 이후 14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