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Meta)의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에서 보안업무를 총괄했던 고위 임원이 회사의 심각한 개인정보 보호 실패를 고발하며 법적 분쟁에 나섰다.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타울라 베이그 전 왓츠앱 보안총괄은 캘리포니아주(州) 북부 연방법원에 메타를 상대로 한 소송장을 접수했다.
2014년 메타가 190억달러(약 26조3000억원)를 투입해 인수한 왓츠앱은 현재 전 세계 30억명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메신저 플랫폼이다. 메타 측은 그동안 암호화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보안 시스템을 도입해 이용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공표해왔다.
다만 베이그는 2021년 왓츠앱 보안 총책임자 직책을 맡은 이후 실시한 내부 감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폭로에 따르면 회사 직원 1500명이 별다른 제약 없이 이용자들의 프로필 이미지, 위치 정보, 그룹 참여 현황, 연락처 리스트 등 민감한 개인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하루 평균 10만개가 넘는 계정이 해커들의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메타가 이를 방치했으며, 자신이 제시한 보안 강화 방안들을 회사가 일괄 거부했다는 점이다.
베이그는 2022년 10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메타의 최고 경영진들에게 이용자 피해 상황을 직접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가 문제 해결 대신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단행해 지난 2월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베이그는 메타의 이러한 행태가 2019년 페이스북이 연방거래위원회와 체결한 개인정보 보호 협약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주주 공시 의무를 규정한 증권법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베이그는 소송 제기 배경에 대해 "이용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 규모가 너무 막대하다"며 "연방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위원회에도 이 문제들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법적 조치는 메타에 책임을 묻고 이용자들의 권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소송 목적을 명확히 했다.
베이그는 또한 "메타를 수십억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이상적인 직장으로 여겼지만, 실제로는 이용자를 단순한 통계 수치로만 취급하고 있다"고 회사를 비판했다.
메타를 둘러싼 내부 고발은 이번이 첫 사례가 아니다. 2021년 페이스북 제품 관리자였던 프랜시스 하우겐는 메타가 의도적으로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폭로하며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사내 기밀 문서를 미국 의회에 제출하고 증언석에 섰다.
최근에는 전직 및 현직 직원 6명이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아동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의회와 규제 기관에 신고했다. 또한 전 정책 담당 임원 사라 윈 윌리엄스는 고위 경영진들의 성희롱 의혹 등을 담은 폭로서 출간을 시도했지만 메타의 법적 대응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한편 메타는 지금까지 이러한 내부 고발들에 대해 일관되게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