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감원 발표가 급증하며 고용시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는 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1∼11월 누적 해고 발표 건수가 117만821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6만1358건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222만7725건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챌린저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만 7만1321건의 해고 계획이 발표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4% 늘어난 수준이다.
기업들은 감원 사유로 구조조정,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인력 대체, 시장 불확실성, 관세 정책 변화 등을 꼽았다. 특히 AI 자동화 확산으로 기술 중심 산업군에서 감원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챌린저는 “고용주들이 경기 둔화 조짐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 그리고 AI 전환으로 인한 비용 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채용보다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흐름은 다른 고용지표에서도 감지된다.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는 전날 보고서에서 11월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이 전월보다 3만2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3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이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 신중히 대응하면서 고용이 둔화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 부문에서 감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해고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실업수당 청구 지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23∼29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7000건 감소했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5월 이후 약 190만명 수준을 유지하며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해고를 발표하고도 실제 감원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수개월 내 실업률이 서서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제조업과 IT 분야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구조조정, AI 도입 확산,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이 2025년 상반기 미국 고용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