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0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이번 인하로 연준의 기준금리는 3.50~3.75%로 조정됐으며 이는 9월부터 3연속 인하 조치다.
연준은 이번 결정을 통해 노동시장 둔화와 경기 하강 리스크를 고려한 정책 조정이라고 설명했으나,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둘러싼 위원 간 이견이 드러나면서 내년 통화정책의 방향성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금리 인하는 12명의 FOMC 투표권자 중 9명이 찬성했고, 3명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6년 만에 가장 많은 내부 이견으로, 그만큼 연준 내 의견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축소됐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정책결정문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4%로 제시, 지난 9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추가로 한 차례(0.25%포인트)의 인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의견 차가 워낙 커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견에서 “기준금리는 현재 중립금리 범위에 있다”고 언급, 당분간 추가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시사했다. 중립금리는 경제에 자극도, 제약도 주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의미한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조정의 시기와 정도’를 모두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 표현은 지난 10월 문서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주목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또는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준은 두 가지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과 관련해 “최근 몇 달간 고용의 하방 리스크가 증가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somewhat elevated)”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전망도 일부 조정됐다. 연준은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3%로 상향 조정했으며(9월 전망치: 1.8%), 올해 성장률은 1.7%로 예상했다.
내년 실업률은 4.4%, 물가는 2.4%로 각각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성장률 상향의 배경으로 “생산성 향상, 그중 일부는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내부 이견도 뚜렷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기존 회의와 마찬가지로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 가장 강경한 완화 입장을 고수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이처럼 3명의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FOMC 역사상 드문 사례로,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FOMC 참가자 19명의 향후 전망을 담은 점도표(dot plot)도 함께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7명은 내년에 추가 인하가 필요 없다고 본 반면, 8명은 최소 2차례 이상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