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국들의 사상 최대 규모 비상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국제유가가 5% 가까이 급등했다.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원유 공급망 붕괴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인위적인 공급 처방이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ICE선물거래소 기준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1.98달러(약 13만6000원)로 마감하며 직전 거래일 대비 4.8%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전장보다 4.6% 오른 배럴당 87.25달러(약 12만9000원)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소속 32개 회원국은 총 4억배럴 규모의 비상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두 차례에 걸쳐 단행됐던 1억8270만배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역대 최대 물량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맥쿼리는 보고서에서 이번 조치로 풀리는 원유가 글로벌 일일 생산량의 4일 분량, 걸프해역을 지나는 물동량의 16일 분량에 그친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파급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웨덴 은행 SEB 소속 비아르네 시엘드로프 분석가 역시 로이터를 통해 유례없는 비축유 방출이라 할지라도 당면한 공급난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장의 회의론을 전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연일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이란군의 공격으로 선박 3척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래 해당 수역에서 공격받은 선박은 최소 14척으로 집계됐다.
주요 산유국의 생산 인프라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아부다비석유회사(ADNOC)가 운영하는 핵심 정유·석유화학 거점인 루와이스 산업단지는 전일 드론 피격 여파로 정제 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란군을 총괄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현재의 에너지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서방 국가들이 야기한 안보 불안이 유가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배럴당 200달러(약 29만5000원) 돌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기뢰부설함 전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밝히며, 이 항로를 거치는 원유 수송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유가 상승 충격을 원활하게 소화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