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워시 의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 개최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 현상 유지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로써 연준의 금리 동결은 올해 1월·3월·4월을 포함해 총 네 차례 연속 이어지게 됐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9월·10월·12월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p)씩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향후 통화정책 경로가 매파적으로 급격히 기울었다는 점이다. 연내 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전무했던 3월과 대조적으로, 이번 회의에서는 위원 중 절반이 최소 1회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 시장의 인하 기대가 인상 쪽으로 확연히 돌아섰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에너지 등 일부 품목의 가격 급등을 유발한 공급망 충격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고 짚으며, 물가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중동 분쟁으로 가중된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본 투자 및 생산성 향상이 두드러지며 경제 전반이 탄탄한 확장세를 유지 중이라고 진단했다. 고용 시장에 대해서도 노동력 유입과 일자리 창출 속도가 유사해 실업률 변동 폭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문에는 그간 향후 정책 기조를 시사해 온 '완화 편향'(easing bias) 표현이 완전히 사라졌다. 시장과의 과도한 소통이나 선제적 안내를 지양해야 한다는 워시 의장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상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3월 3.4%에서 이번에 3.8%로 상향 조정됐다. 연말 금리 전망을 제시한 18명의 위원 가운데 정확히 절반인 9명이 적어도 한 차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봤다.
세부적으로는 0.25% 인상 의견이 3명, 0.50% 인상이 5명, 0.75% 인상이 1명으로 집계됐다.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8명이었고, 0.25% 인하를 주장한 위원은 단 1명에 그쳤다.
3월 점도표 작성 당시 12명이 금리 인하 쪽에 표를 던졌던 상황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한편 미래 전망치 공개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 온 워시 의장은 이번 점도표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다.
거시경제 지표 전망도 상당 부분 수정됐다. 연준은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월 대비 0.2%p 낮춘 2.2%로 제시했다. 반면 물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연말 상승률은 종전 2.7%에서 3.6%로 대폭 상향했다.
실업률 전망치는 3월(4.4%)과 유사한 4.3%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연준의 동결 결정에 따라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 역전 폭은 상단 기준 1.25%p로 변동 없이 이어지게 됐다.
지난달 취임한 워시 의장은 본래 긴축을 중시하는 매파로 분류됐다가 지난해부터 완화적인 비둘기파로 노선을 바꿨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금리 인하 요구 속에 열린 그의 첫 FOMC 회의는 역설적이게도 연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하는 자리가 됐다.
워시 의장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책결정문 작성 시 선제적 안내를 줄이고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관계만 담백하게 서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준 대차대조표와 데이터 활용 방안 등 5개 분야를 점검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취임 당시 천명했던 중앙은행 독립성 확보 및 내부 개혁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제롬 파월 전 의장 재임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통화 완화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 조치에 대해서는 "상관없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부상한 것을 두고는 "경제를 가라앉힐 뿐이라 믿기 힘들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현재 연준에 아주 훌륭한 인물이 있다"고 언급해 워시 의장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의 끈을 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