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2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3대 주요 금리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는 연 2.50%, 기준금리(주요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로 동결됐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3.00%)과의 금리 격차는 0.50%포인트로 유지되며, 하루 앞서 금리를 동결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3.75∼4.00%)와의 차이도 1.25∼1.50%포인트로 변동 없이 이어졌다.
연준은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뒤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ECB는 지난 2월 말 이란전쟁이 터진 직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자 6월과 지난달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린 바 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인상 행진을 멈췄다.
무력 충돌의 여파로 에너지 비용이 폭등한 탓에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3.8% 치솟았다. 이는 ECB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두 배가량 웃도는 수치이자, 2023년 9월을 기점으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CB는 현재 기저 인플레이션과 임금 동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에너지발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9월 전망 경로를 벗어나 에너지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단기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목표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차 파급 효과로 인한 실질적 타격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급등과 경제 성장 위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시장에서는 빠르면 12월에 ECB가 다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재정 불안이 심화하고 있는 프랑스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과 관련해 ECB는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라가르드 총재는 비정상적인 시장 변동성으로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위기에 처한다면 이를 제어할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밝히면서도, 개입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해진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CB가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시장 안정화 수단은 회원국 국채를 한도 없이 매입하는 전달보호기구(TPI)다.
다만 이 제도를 발동하려면 유럽연합(EU)이 규정한 재정 건전성 기준, 즉 재정적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공공부채 6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의 재정적자와 공공부채 비율이 각각 GDP의 5.1%·115.6%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TPI 발동 요건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