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협상팀이 무역분쟁에서 관세 부과를 90일간 추가 보류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최종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에 달려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국 대표단은 다음 달 11일 종료 예정인 관세 유예조치를 3개월 더 연장하는 데 협상팀 차원에서 동의했다.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협상을 주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는 "양국 공동 합의를 통해 미국의 24% 상호관세와 중국 대응조치의 연장 유예를 지속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6월5일 정상 간 전화회담에서 도출된 공통 인식을 토대로 양국 경제통상팀이 심층적이고 솔직한 건설적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해 협상팀 간 잠정 합의사항이 적절한지 대통령과 검토할 예정"이라며 "아직 양국 간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은 일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다며 "대통령과 논의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베센트 장관은 대통령 승인이 없으면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는다며, 승인 거부 시 대중국 관세가 지난 4월 설정한 34% 수준으로 복귀하거나 새로운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스톡홀름 협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세 번째 고위급 무역협상으로, 5월 제네바와 6월 런던 회담에 이은 것이다. 1차 협상에서 양국은 서로 100%를 초과해 부과하던 관세율을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으며, 91%포인트는 취소하고 24%포인트는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2차 협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등 기술수출 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서 상호 양보안을 도출했다. 이번 3차 협상은 기존 합의사항의 연장 적용에 협상팀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양국 정상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방문 후 귀국길 전용기에서 "베센트 장관으로부터 중국과의 회의가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30일 정식 브리핑을 받은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관세전쟁 휴전 연장이 확정될 경우 연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도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 정상이 상호 만남을 희망한다며 "금년이 끝나기 이전에"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0월 말 한국 APEC 정상회의 전 중국 방문이나 회의 기간 중 별도 회담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다.
관세 문제 외에도 미국은 중국의 대러시아·이란 관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회담 분위기가 "상당히 건설적"이었다면서도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중용도 품목을 수출하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지속할 경우 미국의 고율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등을 구입한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100% 이상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2차 관세'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미국 측은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입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제조업 과잉생산 문제도 지적했다고 베센트 장관은 설명했다.
다만 베센트 장관은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는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측은 펜타닐 원료 밀수입을 이유로 부과된 20% 관세 철회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중국의 관련 단속에 실질적 진전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