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원칙적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대미 평균 관세율을 15%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합의했다.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 종료를 닷새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타결로 EU는 일정 부분 안도하는 분위기이지만, 그 대가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이번 합의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회담 이후 발표됐다. 양측은 EU산 제품에 적용되는 평균 관세율을 15%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기존 관세(4.8%)에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관세(10%)가 더해진 수치와 유사하다.
EU는 당초 무관세를 요구했으나, 최종 합의에서는 항공기·반도체 장비·핵심 원자재 등 일부 전략 품목에 한해 상호 무관세를 적용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수출 품목에는 기존과 같은 50%의 고관세가 유지된다.
합의 직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대서양 양쪽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은 관세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혀 양측 간 이견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EU가 미국에 강력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협상 과정에서 뒤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EU 관세율을 20%로 예고했다가 협상 지연에 불만을 표하며 최대 50%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EU는 협상 전략을 여러 차례 수정하며 대응했다.
이번 협상 타결의 대가로 EU는 향후 3년간 총 7500억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와 6000억달러(약 830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EU 회원국들은 일단 이번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핵심 현안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인정했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 주요국은 “일부 부문에서 관세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으며, 축하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미국이 반도체 관련 관세를 별도로 발표할 가능성이 있어,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