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단행한 세법 개정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법인세 절감과 현금흐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통신, 화학 등 전통 산업 전반에 혜택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늘어난 자금이 실제 혁신 투자로 이어질지 아니면 자사주 매입에 활용될지가 향후 논란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버라이즌, 루멘 테크놀러지,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등 미국 대기업들이 줄줄이 세금 절감 효과를 실적 전망에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즌은 2024년 56억달러를 현금으로 납부했으나, 올해는 15~20억원(한화 2조~2조8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루멘 테크놀러지는 4억달러 규모의 법인세 환급을 신청했고, 다이아몬드백 에너지도 올해 3억달러 수준의 세금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엔지니어링 기업 레이도스는 현금흐름이 1억5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감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핵심 조항에서 비롯됐다.
법안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종료됐던 가속상각 확대 등 세제 혜택을 복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개발(R&D), 이자지급, 설비투자 비용을 수년에 걸쳐 분산 처리하지 않고 즉시 비용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WSJ은 "세제 개정은 기업들에 더 많은 투자 자금과 자사주 매입 재원을 제공하고, 관세 인상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확산되는 가운데, 현금흐름 여력 확대는 기업들의 불확실성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들은 세제 혜택이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크리스 스탠스버리 루멘 테크놀러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세법 개정은 미국이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혁신 분야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금흐름 확대가 반드시 고용과 설비 투자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자금을 주주환원 정책에 쓸 가능성에 주목한다.
레베카 레스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가장 큰 관심사는 일자리"라며 "늘어난 현금이 재고용과 고용 창출로 이어질지, 아니면 자사주 매입에 머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제 개정으로 대기업들의 단기 현금흐름은 확연히 개선될 전망이지만, 그 자금의 용처가 향후 미국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