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시장이 재무부의 채권 발행 확대와 단기 자금시장 경색 우려 사이에서 긴장 국면을 맞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중장기 국채 발행량 조절에 신중한 접근을 천명한 가운데, 뉴욕 연방준비은행 고위 관계자는 시스템 내 유동성 부족 징후를 경고하며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재개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양 기관의 온도차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센트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개최한 국채시장 콘퍼런스에서 "국채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재무부는 시장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표채 경매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장기 국채시장에서 감지된 변동성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차입 규모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채시장이 안정성의 기준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표증권 공급을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은 "경매가 원활히 진행되려면 시장 참여자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우리의 근본 원칙은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행량 결정 시 데이터 기반 분석을 유지하며 시장 충격을 회피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가능한 범위에서 시장에 사전 가이드를 제공하고, 우리의 발행 결정이 어떻게 수용되는지 정기적으로 시장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센트 장관은 향후 여러 분기 동안 이표채 경매 규모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현행 경매 규모의 자금 조달 능력과 단기채 시장의 강건한 수요 덕분에 앞으로의 차입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머니마켓펀드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그리고 국채 보유를 늘린 은행권의 수요 증가로 단기채 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무부가 은행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 개선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수요를 추가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 재정적자의 소폭 감소와 연준의 주택저당증권 상환금을 활용한 단기채 매입 결정이 경매 조정 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게 만드는 여유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콘퍼런스에 참석한 로베르토 페를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증권 포트폴리오 감독관은 단기 자금시장의 압박 신호를 경고했다. 페를리 감독관은 "야간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 다양한 지표가 은행 준비금이 더 이상 넉넉하지 않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무부가 연준 내 보유 현금계정을 급속히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유동성이 빠져나갔으며, 7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준비금이 3,500억달러(약 514조3000억원)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9월 이후 레포 금리가 지속적으로 효과적 연방기금금리를 웃도는 압박 현상이 나타났고, 연준의 상설 레포 창구 활용 증가가 이러한 긴장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페를리 감독관은 연준이 목표로 하는 유동성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자산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 시기가 "아마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연준이 지난달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했음에도 단기 자금시장의 긴장이 심화될 경우 2019년 레포 시장 혼란과 유사한 변동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중앙은행 내부의 우려를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단기 자금시장의 압박이 해소되지 않으면 27조달러(약 3경9677조원) 규모의 국채시장 전체로 변동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