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40일째, 식료품 구매 지원 제도를 둘러싼 전례 없는 행정 대란이 현실화됐다. 4200만명이 의존하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의 11월 지급분을 두고 법원과 행정부, 주정부가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이미 집행된 지원금의 회수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해외 외신 등에 따르면 사태는 지난달 농무부가 예산 고갈로 11월분 SNAP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5개 주와 시민단체들이 즉각 소송으로 맞섰고, 연방지방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농무부가 보유한 긴급예비금 46억5000만달러(약 6조7900억원)와 관세 수입 등 추가 재원을 동원해 약 90억달러(약 13조1400억원) 규모의 11월분 지원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연방정부는 가용 자금으로 전체 소요액의 65% 정도만 집행할 수 있다며 불복했다. 항소심 결정을 기다리다 연방대법원에 긴급 신청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7일 전액 지급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두 법원의 상반된 결정 사이에서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일부 주정부가 이미 지방법원 명령에 따라 수혜자들의 전자급여카드(EBT)에 11월분 지원금을 입금했다는 점이다. A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위스콘신주(州)는 70만명에게 총 1억달러(약 1460억원)를 지급했으며, 수혜자들은 해당 카드로 식료품점에서 물품을 구매했다. 통상 수혜자가 카드로 결제하면 농무부가 거래 내역을 확인한 뒤 재무부가 주정부에 해당 금액을 상환하는 구조다.
연방정부는 이를 승인되지 않은 거래로 규정하고 주정부에 대한 상환을 거부했다. 농무부는 전날 각 주 담당자들에게 11월분 지원금 지급을 위해 취한 모든 조치를 즉시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수혜자가 물건을 사고 소매점이 대금을 청구한 상태에서 재무부가 주정부에 돈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해당 25개 주는 연방정부의 상환 거부가 심각한 행정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매점들이 SNAP 카드 결제 자체를 거부하거나, 주정부들이 대규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사용된 지원금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도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 기능 마비가 장기화하며 혼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의회는 여전히 교착 상태다. 공화당은 임시예산안부터 신속히 처리해 정부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1년 연장이 선행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