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11월 중간선거를 연기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나시온(La Nación)은 8일(현지시간) 단턴이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권위주의로 기울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단턴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때때로 ‘독재자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다"며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11월 중간선거를 연기하거나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군 병력이 미국 여러 도시의 거리까지 배치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조치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단턴은 미국 사회가 언론 불신, 자기검열, 정치적 분열 속에서 권위주의적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일부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언론과 지식인, 엘리트 집단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턴은 "많은 시민이 신문이나 방송 대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만 정보를 접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부정확하거나 거짓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해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식적인 국가 검열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 사회 전반에 자기검열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민자 사회와 소수 인종뿐 아니라 엘리트층에서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부 대형 로펌과 대학들이 정부의 압박이나 위협 때문에 입장을 바꾸거나 정부 요구를 수용한 사례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발언을 조절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턴은 최근 언론 환경 변화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언론사 인수와 기자 해고 등이 이어지며 독립 언론이 약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자본과 정치권력이 결합해 언론에 강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Montesquieu)의 이론을 인용하며 "전제정치의 핵심 원리는 공포"라며 "오늘날 미국에서도 그런 공포 정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단턴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절대적 권력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민주주의나 자유와 같은 가치보다 힘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미국 사회 내부에도 강한 반대 여론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단턴은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0~70%가 최근 전쟁과 정부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은 현재 전쟁과 정치적 분열 속에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동시에 강한 사회적 견제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단턴은 18세기 프랑스와 프랑스혁명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했으며,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도서관장을 지냈다. 그는 인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1년 미국 국가 인문학 메달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