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의회 청문회에 나선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억제를 향한 굳건한 결의와 함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력히 천명했다.
반기마다 의회에서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일정에 따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워시 의장은 바른 통화정책 집행이 연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물가를 정상화하려는 위원회 내부의 단합된 의지를 전달했다.
나아가 최근 5년간 관리 목표를 웃도는 물가 상승이 사실상 미국 국민과 기업에 '세금'처럼 작용했다고 비판하면서, 이 같은 가격 급등 현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직전 달인 5월(4.2%)보다 오름폭이 줄어든 것은 물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8%)도 밑돌아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물가 지표가 개선됐다고 해서 섣불리 '임무 완수'를 선언하는 낙관론을 차단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수행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며 성급한 승리 선언을 경계한 것이다. 다만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과 관련해서는 중앙은행 고유의 독립성을 철저히 수호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통화정책에 개입하며 자신을 겨냥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사법부에서 이미 판가름 난 사안"이라고 일축하며 "묵묵히 소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던 시도를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건 최근 사례를 짚은 것으로, 연준의 정치적 중립이 필수적임을 재확인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냐는 질의에는 연준의 독립적 지위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맞받아쳤다. 지표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외압이 들어오더라도 오직 법률과 객관적 수치에 근거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중앙은행 내부 쇄신과 관련해서는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일정을 공유했다.
워시 의장은 취임과 함께 대차대조표와 대외 소통 방식을 포함한 5개 핵심 영역을 다룰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킨 상태다.
과거 경제 충격 수습 과정에서 양적완화로 지나치게 팽창한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론을 펴온 그는, 자산 축소 정책에 변동이 생길 경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물론 시장 참여자들에게 미리 상세히 안내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외 커뮤니케이션 개편에 대해서는 시장의 눈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야구 심판이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듯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내놨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자신이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래 정책 경로를 사전에 예고하던 포워드 가이던스를 중단하고 금리 전망치 공개도 생략한 바 있다.
워시 의장은 현재 경제 지형에서 가장 주목할 현상으로 인공지능(AI) 분야를 향한 기업들의 자본 투입을 꼽았다. AI 구동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투자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그는 AI 혁신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궁극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라는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이 실물 경제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줄지 현시점에서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